국민의당, 조작된 증거 통한 ‘문준용 특혜’ 의혹 제기로 도덕성 치명타

정제혁·조미덥 기자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조작한 자료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정치공작’ ‘선거공작’으로 비화할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파문’의 수렁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던 국민의당은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당원이 조작한 증언으로 문 대통령 공격

19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달 5일 국민의당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2008년 9월부터 2년 정도 준용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니며 가까운 사이였다는 동료 ㄱ씨의 육성 증언을 공개했다.

ㄱ씨는 음성 파일에서 “(준용씨가) ‘아빠(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며 “(준용씨는) 아빠(문 후보)가 하라는 대로 해서 했었던 것으로,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소문이 났고 그렇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준용씨는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한 것 같다. 고용정보원을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 “준용씨는 소속 기관이 생겼으니 이력서에 한줄 채웠고 토플학원 다니고 놀러 다니고 했다. 시민수석(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딸도 자기와 동갑인데, 그런 식으로 은행 꿀 보직에 들어갔다고 준용씨가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아버지(문 후보)가 대통령까지 하려면 좀 치밀하게 해야 했는데 너무 허술했다. 파슨스 있을 때도 제 아버지(문 후보)에 대해 별 얘길 다 하고 다녔다. 돈을 물 쓰듯 했다”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이 증언을 근거로 문 대통령 측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고연호 대변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 후보가 국가 기관에 불법적인 취업청탁을 했고 국가 기관에 의한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고 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가 되는 것”이라며 “정유라의 입시부정과 문유라의 취업부정은 특권층의 불법적인 특혜와 반칙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증언은 국민의당 당원 이모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 관계자는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ㄱ씨는 이씨 친척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배우’를 써가며 조작된 증언 파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인 이씨는 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4·13 총선 때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선거공작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씨의 조작 사실을 지난 25일 파악했다고 밝혔다. 검찰 출석을 앞둔 이씨가 조작 사실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조작된 자료를 선거에 활용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자료에 대한 ‘검증 미비’ 탓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당의 간부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조작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거공작’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선거에 활용한 당도 ‘결과적으로’ 선거공작에 가담한 꼴이 됐다.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도덕성을 둘러싼 최대 이슈였다.

주목되는 것은 파일을 발표한 시점이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이 파일을 공개한 뒤 문 대통령을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투표가 임박한 시점에 파일을 터트림으로써 문 대통령 측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배후가 드러날 경우 국민의당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당 차원의 조직적인 선거공작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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