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부자일수록 ‘자녀 재산 공개 거부’ 많았다

조형국·김유진·이수민 기자

21대 의원 47명 ‘비공개’

10년 만에 최저치 ‘18%’

평균 2.6선…재선급 이상

곽상도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은 직계비속 재산공개를 거부한 21대 국회의원 47명 중 한 명이었고, 아들 곽병채씨(31)는 재산공개를 거부한 성인 남성 자녀 55명 중 네 번째로 연령이 낮았다. 가장 나이가 적은 성인 남성 자녀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21·예명 노엘)였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음주폭행 혐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그들은 모두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2011년 이후 의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녀들의 재산을 공개한 의원들보다 공개를 거부한 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정리한 ‘고위공직자 재산 정보공개’를 활용했다. 병무청 고위공직자 병역사항열람으로 생년 확인이 가능한 남성 자녀들의 연령을 조사했다.

■자녀 재산 비공개 이유는

직계비속 재산공개를 거부한 의원들은 이번 국회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정기 재산신고를 기준으로 총 47명(의원직 사퇴·상실 포함)의 국회의원이 자녀 재산을 비공개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20년 77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직계비속이 있는 의원 중 자녀 세대의 재산을 비공개한 의원의 비율은 올해 18%로, 2011년 이후 최저치였다.

자녀 재산을 비공개한 집단(47명)은 공개한 집단(205명)보다 재산이 많았다. 205명의 평균 본인 재산은 31억6996만원인 데 비해 47명의 평균 본인 재산은 46억1687만원이었다. 비공개 집단의 ‘선수’도 높았다. 47명의 평균 당선 횟수는 2.6회, 205명의 평균 당선 횟수는 1.9회였다. 205명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다수인 반면 4선 이상 의원은 공개 집단이 16명, 비공개 집단이 14명으로 비슷했다. 자녀 재산을 비공개한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11.3%(168명 중 19명), 국민의힘은 20.3%(103명 중 21명)였다.

의원 선수가 높을수록 본인 나이와 자녀 나이가 많고, 장성한 자녀가 독립생계를 꾸렸을 가능성도 높아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다선 의원일수록 본인 재산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반례도 있다. 5선의 설훈 민주당 의원은 장남 설상익씨(35)의 재산을 모두 공개했다. 5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다. 4선 김상희 국회부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자녀 재산을 밝혔다.

의원 선수가 높지 않거나 자녀가 비교적 어린데도 재산을 비공개한 경우가 주목되는 이유다. 공교롭게 최근 자녀 문제로 논란을 겪은 의원들도 직계비속의 재산을 비공개했다. 비공개 집단 47명 의원의 성인 남성 자녀 55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남성은 장 의원의 아들을 포함해 맹성규·박수영 의원의 아들(29세)이고, 곽상도·김철민·이종배 의원의 아들(31세)도 연령이 낮은 편에 속했다. 곽 의원의 경우 ‘독립생계’를 이유로 아들의 재산 신고를 거부했지만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을 곽 의원에게 준 뇌물로 판단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나

‘독립생계’ 공개 거부 많아
곽상도 아들 재산은 ‘0원’
제도 맹점에도 개정 ‘답보’

국회에서는 회기마다 의원 가족의 재산공개를 투명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독립한 자녀 재산을 강제 공개하게 하는 것이 사생활의 자유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반론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2010년 한국법제연구원은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입법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신고는 의무화하되, 공개는 하지 않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는 10년 내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직계비속 재산공개 거부는 ‘국회 재산 비공개 대상자 재산 심사위원회’의 심사, 허가를 거쳐야 한다. 국회사무처에 ‘재산 비공개를 요청했다가 거부한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묻자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비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이를 ‘불허’ 처분하지 않고 자체 철회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곽 의원의 아들 곽씨가 화천대유에서 성과급·퇴직금·산업재해위로금 등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공식 문서에 기록된 곽씨 재산은 0원이었다. 2017년 예금 재산 1억1084만원을 마지막으로, 그는 이후 재산신고에서 독립생계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대선 정국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50억원은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곽 의원 부자가 드러낸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제도의 맹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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