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선택적 소통

문광호 기자

 13일 내각 발표 자리에선 4분 질의 응답

 한 달간 간담회 형식 자리 없어 소통 ‘무색’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 신분 현안 설명해야

‘유퀴즈’에선 120분 할애해 개인사 대화만

 편집된 방송 부분에서만 10개 질문 받아

20일 방송된 tvN ‘유퀴즈’에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했다. tvN 제공

20일 방송된 tvN ‘유퀴즈’에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했다. tvN 제공

4분과 120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3일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며 4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기자 3명으로부터 4개 질문을 받았다. 일정이 있다며 이동한 윤 당선인은 같은 날 오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유퀴즈)에서 2시간 동안 녹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돼 실제 방송된 부분에서만 10개 질문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부터 줄곧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인수위 사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1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 그는 “기자실에 자주 갔던 분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두 분인데, 5년 임기 동안 100회 이상 가셨다. 저도 가급적 기자분들을 자주 뵙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에도 천막 기자실를 찾아 즉석 차담회를 했다.

이후 21일 현재까지 윤 당선인과 기자간담회 형식의 자리는 없다. 윤 당선인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중 기자들이 부르면 잠시 멈춰 2~3개의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것이 전부다.

지난달 24일 차담회가 이유였을까. 반려견, 요리 등 다소 가벼운 질문이 나왔던 지난달 23일과 달리 신·구권력 갈등이나 대통령집무실 이전 등 첨예한 질문들이 더 나왔던 것뿐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8일 퇴근길에 “내가 가면서 기자님들한테 말 한마디 건네고 싶어도 이렇게 집중적으로 청문을 당하면 나도 사람인데 안 그렇겠나. 이 정도 합시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이 말한 소통이 개인사에 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차기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이다. 소통은 경제, 안보, 정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설명이어야 한다. 지난 13일 주요 장관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도 마찬가지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서서 한사람 한사람 내각 후보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 국민 삶을 책임지는 책임내각이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 당선인은 10분 동안 보도자료를 읽고 4분 동안 질문을 받았다. 마지막인 세번째 질의응답이 끝나자 배 대변인은 “당선인의 추후 일정 때문에 이 정도로 질의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몇 배의 시간을 할애한 유퀴즈에서는 하루 일과, 지역 방문 현장에서 먹은 음식, 민트초코 기호, 사법시험 에피소드 등 주로 개인사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인간 윤석열’을 보여주는 데 집중됐다.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무거운 주제만을 다룰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 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장관 인선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뒤로 미룬 채 말이다. 윤 당선인은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장관 발탁에 대해 “유창한 영어 실력”이라고 했지만 직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당선인에게 직접 들을 기회는 아직 없다.

윤 당선인 답을 바라는 질문은 산적해 있다. 시민들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인사검증 기준, 당선인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병사 월급 200만원·방역지원금 1000만원 지급 공약을 실천할지 궁금하다. 북한 핵실험 시 대응 방안이 뭔지, 한·일 관계 개선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 해법이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윤 당선인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다. 어차피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건 유재석씨가 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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