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넘나드는 '공적 인물' 김건희 여사의 행보 논란

김 여사 공개 행보에 사적 인물 거듭 등장

보좌진 업무·경력, 해당 직책 부합도 ‘불명확’

윤 대통령은 “대통령 처음 해봐…알려달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 대통령 배우자로서 행보가 본격화하는 동안 비공식 라인을 통한 대통령실 사진 유출, 지인과 동행한 봉하마을 방문 등 논란이 꼬리를 물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위치에 있는 대통령 배우자의 공개 행보에 사적 인물들이 거듭 등장한 것이다. 김 여사의 공적 역할과 이를 도울 공적 조직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공·사의 선을 넘나드는 ‘논란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비공개 일정인데 보도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수 없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면서 지인인 충남대 무용학과 김모 겸임교수와 동행해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사진에 나온 분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갈 때 좋아하는 빵 등을 들고간 모양인데 (그 친구가) 부산에서 그런 거 잘 하는 집을 안내해 준 것 같다”면서 “(손에) 들을 게 많아서 같이 간 모양인데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냐”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봉하마을 방문이 ‘비공개’ 일정이기 때문에 지인이 동행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공개·비공개 여부를 떠나 대통령 배우자로서 수행한 공적 업무 성격이 강하다. 언론이 공동취재단을 꾸려 동행하는 공개·공식 행사로 방문 전날 이미 전환됐다. 이후에도 대통령실은 ‘원래는 비공개 일정이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화물연대 파업철회, 자택 앞 맞불집회, 김건희 여사 지인 논란 등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여사와 동행한 다른 인물들을 두고는 ‘코바나컨텐츠 인맥’ 논란이 확산 중이다. 김 여사와 동행한 김 교수는 코바나컨텐츠 전무를 지냈다. 대통령실이 김 교수 외 3명의 여성을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중 2명이 윤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한 전직 직원들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대통령의 경우에도 가까이 두고 일하시는 분들은 원래 오랫동안 일했던 또는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직원은 그간에도 사적으로 가까운 이들이 맡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사적 친분을 이유로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날 경우 여야는 서로 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제2부속실 폐지 공약과 김 여사의 ‘조용한 행보’ 공언에 따라 김 여사의 공적 역할 범위가 유난히 흐릿하다. 김 여사를 보좌할 직원들의 업무와 경력이 해당 직책에 부합하는지도 함께 불명확해진 상황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에도 경호 구역인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김건희 팬클럽에 유출되며 논란을 겪었다.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처의 보호를 받는 공적 인물이다. 정상 부부가 함께하는 국제 외교 무대에 왕왕 동행하며, 해당 비용은 세금으로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