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강기훈 행정관 “중국이 박근혜 탄핵 배후” 과거 극우 발언 논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휴대전화 대화.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권 대행이 ‘강기훈과 함께’라고 쓰는 것이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휴대전화 대화.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권 대행이 ‘강기훈과 함께’라고 쓰는 것이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려던 문자 메시지에 등장한 인물로 지목된 강기훈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의 과거 극우적 언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 자유의새벽당 대표를 하면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거나 총선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하는 등의 행적이 알려지면서다. 강 행정관이 대선 직후 권 원내대표의 정무실장 역할을 맡았고,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필리핀에 갈 때 동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수행해 국민의힘 내에서도 28일 “이런 인물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도 되냐”(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도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 일자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행정관 한 사람에 대통령실이 좌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탄핵 때 인터넷 여론조작 심했다.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한다

- 강기훈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 2020년 총선 당시 유튜브 방송에서

이날 자유의새벽당이 2020년 총선 때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면, 강 행정관은 “2016년에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돼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님은 지금 저기(교도소) 안 계시고 밖에 계시고 탄핵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는 “탄핵 때 그랬다. 인터넷 여론조작이 심하다. 한국에서 하느냐, 아니다. 외국에서 한다”면서 “탄핵이라든지 광우병(시위)이라든지 대한민국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어디서 가장 많이 들어오겠나. 그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자유의새벽당 유튜브 채널에는 해당 영상들이 삭제돼 있다. 자유의 새벽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탄핵의 배후 : 중국 공산당’, ‘4·15 부정선거’ 등 제목만 확인할 수 있다.

(강 행정관은) 굉장히 비합리적인 극단의 영역에 있는 주장이 많았다

-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천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 행정관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든지, (2020년) 4·15 총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한다든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인하고 건국절 논란 같은 쪽 스탠스를 잡는다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 극우라는 것을 넘어서 굉장히 비합리적인 극단의 영역에 있는 주장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강 행정관의) 주장이 굉장히 황당한 내용”이라며 “국민들이 보기에 이런 인물이 대통령실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영향을 미쳐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활동했던 주장이나 입장들을 (현 정부) 정책에 반영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를 씻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야당은 강 행정관을 기용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의 일자리가 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유튜버 정권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무슨 이유로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대화에 거론될 정도로 유력한 인물이 된 것인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며 “누가 강기훈씨를 추천한 것인지 윤 대통령은 자유의새벽당과 같은 이념을 지향하는지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극우 보수 유튜버 누나에 이어 극우 성향 정당의 당대표까지 일하는 대통령실을 보며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의 집합소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행정관 한 명 생각에 대통령실 업무가 좌우되지 않아

- 대통령실 관계자

대통령실은 방어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한 사람의 생각에 좌우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도 여러 차례 집권 경험이 있어 행정관 한 명 생각에 대통령실 업무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한 사람의 생각을 극우다, 극좌다 평가하는 건 위험하다”며 “일부 극우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은 극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 행정관은 지난 26일 권 대행의 휴대전화에서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메시지가 포착됐을 때, 권 대행이 대화창에 적고 있던 ‘강기훈과 함께’의 당사자로 지목받으며 관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강 행정관이 근무 중인 사실은 밝혔지만, 문자 대화 속 ‘강기훈’과 동일인물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강 행정관이 지난달말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단으로 간 권 대행을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 행정관은 대선 직후 자유의새벽당을 탈당하고 지난 4월부터 원내대표 정무실장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 행정관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그 능력이나 (대선에서의) 공로를 인정해 채용한 것으로 안다”며 “내가 (대통령실에) 추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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