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총서 ‘비대위 전환’ 결론···권성동, 의원 다수 힘으로 당내 반대 돌파

조미덥 기자    조문희 기자

115명 중 89명 참석···1명 빼고 ‘한뜻’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의원총회를 열어 현재의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뜻을 모았다. 친이준석계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거부하자 당 지도부가 의원 다수의 힘으로 돌파하려 한 것이다. 당헌상 비대위 전환에 합당한 조건인지는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정치적 선언으로 뭉뚱그렸다. 이준석 대표 측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비대위의 위상과 인적 쇄신 방향에 대한 당내 이견도 커 향후 비대위를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며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의견에 극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는 전체 의원 115명 중 89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 측근인 김웅 의원만 반대 의사를 표현했을 뿐 다른 의원들은 비대위 전환에 동의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대행직 사퇴 및 비대위 전환 추진을 선언하고, 최고위나 전국위 의결을 타진했지만, 친이준석계인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과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반대 입장을 밝혀 여의치 않자, 우선 의총을 열어 의원 다수의 힘으로 반대파를 압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전환을 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지난 주말 사이 의원들의 여론은 비대위 전환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권 대행은 이날 의총에 앞서 초선 모임 운영위원, 재선 의원, 중진 의원과 만나 비대위 전환에 동의를 구했다.

원내 최고의결기구인 의총에서 총의를 모은 이상 비대위로 가는 큰 방향이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제 비대위로 가는 흐름은 비가역적”이라며 “대세가 정해진 이상 의원들 반발도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당헌 규정은 ‘비상상황’이라는 선언으로 정치적 해결점을 찾았다. 당헌 96조 1항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라고 비대위 전환 요건이 규정돼 있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궐위가 아니고, 기존에 당 사무처가 최고위원이 전원이 사퇴해야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다고 해석한 바 있어 전환 요건이 되는지 논란이 있었다. 권 대행은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사고’ 상태이고 당초 지도부를 구성한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김재원·배현진·조수진·윤영석·성일종)이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황을 종합해 비대위 전환의 조건인 ‘비상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장제원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제원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대위 전환을 추진하던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의총 결과에 밝은 표정이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의총에서 향후 당권에서 ‘김·장연대설’이 불거진 김기현 의원과 나란히 앉았다. 그는 의총 후 “이 상황이 비상상황이라는 데 대해 의원들 모두 합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위 출범을 위해선 최고위 의결과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의결 절차가 남았다. 김 최고위원은 의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총 결과에 상관없이 (비대위 전환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확고하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비상’이라는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라며 “선배 정치인들처럼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당대표가 사표를 내기 전까지 비대위 및 조기 전당대회를 할 수 없다”고 여전히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지만, 의총에서 총의가 모인만큼 최고위 의결 등을 통해 소집하면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를 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조기 전대 없는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의견, ‘윤핵관’인 권 대행이 현 상황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쇄신론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비대위를 둘러싼 내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SNS에 “사퇴 선언을 이미 했지만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을 모아서 ‘최고위원들이 사퇴해 비상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1년간 경험해온 논리의 수준”이라며 “그 와중에 숫자 안 맞아서 회의 못 여는 건 양념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사퇴 선언을 한 최고위원들이 표결해야 비대위 전환이 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이 대표가 자신이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사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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