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굴레, 법치 훼손, 여론 역풍…여당 새 비대위 ‘세 암초’

조미덥·조문희·문광호 기자

출범 속도전 ‘무리수’ 왜

“가처분 현실화라는 더 큰 혼란 막아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안경을 만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가처분 현실화라는 더 큰 혼란 막아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안경을 만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새 비대위에도 법원의 ‘무효’ 관점 이어질 가능성 높아
‘법치 강조’와 괴리 지적…“민심 반영 못한 결정” 비판도
서병수 전국위 의장, 비대위 재출범 반대하며 사퇴 회견

국민의힘이 추석 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 위해 속도전을 시작했다. 9월2일 상임전국위원회, 5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8일 새 비대위를 출범한다는 로드맵도 31일 내놨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법원의 결정을 우회해 새 비대위를 밀어붙이는 상황에 대한 당내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새 비대위에 반대하며 의장직을 사퇴했다. 새 비대위 추진이 무리수라는 근거로 당심·민심과 괴리된다는 주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이 추가로 인용될 리스크, 보수의 핵심 가치인 법치가 훼손될 우려가 제기된다.

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이 비대위로 가선 안 된다”며 의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거나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고심한 끝에 제 직을 내려놓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상임전국위·전국위는 부의장이 맡아 진행하면 되지만 의장 사퇴는 새 비대위 추진 절차에 오점으로 남게 됐다.

반대파 의원들은 친윤석열계가 드라이브를 거는 새 비대위가 당심·민심과 괴리됐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주민들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해서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당 주류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박수로 통과시키는 의총은 친윤계 의도대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비밀투표였다면 의총 결과는 모른다”고 했고, 하 의원은 의원 전원(115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비밀투표를, 조경태 의원은 당원투표를 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이나 윤상현·최재형·유의동 의원 등 차기 총선에서 야당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수도권 의원들은 민심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이 전 대표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수행에 대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이다.

법원은 9월14일 심문을 열기로 했다. 자칫 새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다시 가처분 인용이란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새 비대위 출범 결정에도 가처분을 걸 수 있고, 각 사건의 본안 소송도 진행되기 때문에 당내에선 잊을 만하면 소송 결과가 나오는 ‘무한 루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친윤계가 자의적으로 법원 결정을 해석하고 당헌 개정을 시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총에서 “최고위로 돌아가 전국위에서 보궐로 최고위원을 선출하면 100% 법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율사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법원이 비대위로 전환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으면 비대위 전환과 최고위 해산이 무효이니 다시 최고위로 돌아가면 된다”며 “그렇게 하면 이 전 대표가 복귀하게 되니까 어떻게든 최고위로 돌아갈 수 없다는 해석으로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문제 삼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소급 적용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지금 ‘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정해도 그 규정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데, 지난달 사퇴한 최고위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령을 소급하지 않는 원칙은 법적 안정성을 위한 보수의 핵심 가치다. 당 안팎에선 ‘법치’를 강조하는 보수 여당이 이를 훼손하면서 새 비대위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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