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16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쳤다. 지난 6·1 지방선거 직후 이준석 당시 대표가 띄운 혁신위는 6개월 동안 공천제도 개혁을 비롯한 굵직한 혁신안을 여럿 내놨다. 그 사이 이 전 대표가 물러나고 권성동·주호영·정진석 의원 체제로 당 지도부가 자주 교체되면서 혁신위는 힘을 잃었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얼마나 채택할지는 미지수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혁신위는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당의 근본적 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혁신 없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가 세 번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혁신위의 존립 자체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도 있었다”며 “하지만 밭을 갈고 소를 키우는 심정으로 묵묵히 총선 승리를 위한 기초를 다져왔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는 오늘을 끝으로 종료하지만 우리의 혁신은 멈춰선 안 된다”며 “정진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혁신안이 우리 당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검토를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그간 의결한 혁신안을 최종 정리했다. 최 위원장은 조만간 비대위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그동안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실시, 국회의원 중간평가제 도입, 당 커뮤니티를 통한 정책 제안 활성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개편,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등의 혁신안을 마련했다. 특히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광역·기초의원 후보자에게만 적용했던 PPAT를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성범죄, 뺑소니, 음주운전 등 범죄는 벌금형만 받아도 공천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의미 있는 방안들이지만 임시 지도체제인 현 지도부가 이를 채택하기는 어렵다. 혁신위는 출범 전부터 정진석 위원장·배현진 의원 등 친윤(석열)계로부터 ‘이준석 사조직’이란 공격을 받으면서 흔들렸다. 당시 최고위원들이 혁신위원을 한 명씩 추천하는 등 위원회 구성이 한 쪽에 치우지지 않으면서 이런 비판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로 물러난 뒤로도 지도부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혁신위는 붕 뜬 상태가 됐다.
혁신위의 공천 개혁안의 경우 현역 의원별로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미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 위원장도 PPAT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적이 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최 위원장으로부터 혁신안 중간보고를 받은 뒤 “혁신위는 안을 내는 것이고, 결정은 지도부에서 하는 것”이라며 “방향을 좀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8월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당대표가 선출될 경우 혁신안은 앞선 대부분의 혁신안들처럼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