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왜 매일 나경원을 저격할까

조미덥 기자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2021년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앞두고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과 나 전 의원. 당시 홍 시장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응원하며 10년 묵은 구원이 풀리나 했지만 최근 홍 시장이 나 전 의원을 연일 저격하며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2021년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앞두고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과 나 전 의원. 당시 홍 시장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응원하며 10년 묵은 구원이 풀리나 했지만 최근 홍 시장이 나 전 의원을 연일 저격하며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나경원 전 의원을 때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의 건물 투기 의혹을 제기하더니 현직 판사인 남편까지 묶어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비판하고, 19일에는 “금수처 출신의 위선과 내부 흔들기”라고 몰아세웠다.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의 십자포화를 적극적으로 거드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궤를 함께하는 모습으로 전통적인 당 지지층에게 구애하고,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를 견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비난하면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역겨워 손절한 분에게 매달리는 것은 대통령 측과 결별만 더욱 더 빨리 오게 만들 뿐”이라며 “검증 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부터 해명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가”라고 나 전 의원의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 날에는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夫唱婦隨)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적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법관을 희망하는 상황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홍 시장의 ‘부창부수’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가족까지 공격하는 무자비함에 상당히 유감이다. 홍 시장께서는 그 발언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건물 투기 의혹에 대해 “서울 중구의 상가건물 매입가는 54억7500만원이고 매도가는 59억5000만원으로 취·등록세, 양도세, 대출중도상환수수료, 부동산중개수수료를 제하고 1600여만원의 이득을 얻었다. 이게 무슨 투기 의혹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를 계속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간신”이라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이에 홍 시장은 이날 SNS에서 “일부 금수저 출신들이 또다시 위선과 내부 흔들기로 자기 입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고 더이상 이들의 탐욕과 위선을 참고 볼 수가 없어서 최근 내 생각을 가감 없이 내비친 것”이라고 거듭 나 전 의원을 비난했다.

홍 시장의 과격한 발언을 두고 차기 대선을 고려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민심(여론조사)에서 이기고도 당심에서 뒤져 탈락했다. 이후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의 핵심 지역인 대구시장을 자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 초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대구 민심과 당심에 맞춰 윤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차기 대권 가도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자신이 출마는 하지 못하지만 ‘윤심’(윤 대통령 의중)·당심에서 벗어난 주자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홍 시장이 나 전 의원에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을 미리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그는 이전에도 나 전 의원을 ‘금수저’, 유 전 의원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비판하면서 자신을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후에도 당을 지킨 정치인으로 대비시키곤 했다.

두 사람의 10년 묵은 구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2011년 나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1억원 피부과’ 이슈에 끌려다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지는 과정에서 당시 당대표였던 홍 시장과 사이가 크게 멀어졌고 이후 봉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박씨 탄핵 전후에도 당을 이끄는 방향 등에서 건건이 부딪히며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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