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 요구서’ 국회 넘어온 날 곧바로 ‘부결’ 총의 모은 민주당

의총선 반대 의견·소신 발언은 전무

당론 채택은 않고 개인 자유 투표로

“자율.당당한 투표”“흔들림없는 총의”

함께 강조하며 ‘압도적 부결’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외부여론동향분석 자료블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외부여론동향분석 자료블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로 넘어온 21일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로 총의를 모았다. 당론으로 부결 투표를 결정하지는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의총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이나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을 요구하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가 정치탄압이라고 강조했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앞에서 일치단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와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의원들의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된 당론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모두가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서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무도한 야당 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다”며 “오늘 확인된 의원들의 이런 총의가 오는 27일 본회의 표결 과정과 결과에도 흔들림 없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여야는 27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의총 비공개 전환 후 발언대에 올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렇게 없는 죄를 만들 줄 몰랐다”며 “이것은 대선 패배의 업보다. 당대표로서 의원님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영장 내용을 보면 돈을 받은 것이 없다는 게 입증된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장을 아무리 살펴봐도 돈 얘기가 전혀 없다. 조그마한 기여를 한 누군가도 50억·100억원을 받았는데 그 사건에 부정하게 관여했다면 이렇게 한 푼도 안 받았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의총 발언 후 판사 출신 김승원·최기상 의원이 구속영장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정성호 의원은 구속된 이 대표 측근과의 면회가 증거인멸 시도라는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자유토론에는 비이재명계인 설훈·전재수 의원 2명만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두 의원은) 부결시키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 대표와 각을 세워온 설 의원과 전 의원도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의총 직전 이 대표와 오찬을 했다.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증거와 물증과 법리가 하나도 없다. 당론으로 정할 필요 없이 부결시켜야 하고, 나중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면 그때가서 판단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은 약 1시간30분 정도 진행됐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이 대표의 해명과 당직자들의 검찰 구속영장 문제점 설명에 사용했다. 반대 의견이나 소신 발언은 전무한 체포동의안 부결용 의총이었던 셈이다.

앞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이렇게 추지는 않는다. 검찰은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수년의 수사로 밝혀낸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속영장 청구 내용을 반박했다. 박범계 의원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가 이렇게 허무맹랑하고 대하소설 같은 건 처음 봤다”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도 역사상 처음인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태에 민주당이 그저 팔짱만 낀 채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율적이고 당당한 투표”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흔들림없는 총의”를 함께 강조하며 압도적으로 많은 표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기를 기대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 체포동의안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자력으로 부결시킬 수는 있다. 다만 반대표가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때의 161표에 못 미친다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다.

민주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당 지지율 하락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되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준비하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당 전략기획위원회는 의총에 앞서 최근 당 지지율 분석 보고서를 배부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지지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총의로 공식화하면서 ‘이재명 방탄’ 논란은 현실이 됐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 등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역시 다수 의석을 활용해 방탄 국회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표와 민주당이 그간 주장해왔던 불체포특권 폐지를 정치적 셈법에 따라 뒤집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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