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각 “윤 대통령, 이재명 만나야”…수용 여부 ‘변화 가늠자’

조미덥·문광호 기자

하태경 “영수회담, 이해충돌 여지 사라져…국민에 좀 지는 정치를”
천하람·이석연 등도 요청…즉각 선 긋던 대통령실도 ‘뉘앙스’ 바꿔

<b>이재명, 공판 출석</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성동훈 기자

이재명, 공판 출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성동훈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 대통령이 연일 국민과 민생을 강조하며 몸을 낮추는 분위기에서 여권에서도 영수회담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지 주목된다.

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그러면 국민한테 좀 지는 정치를 하셔야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절반이 (영수회담에) 찬성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전엔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는데, 이제 판사로, 재판으로 넘어가 이해충돌 여지가 없다”며 “충분히 (만날)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이해충돌’이란 명분으로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지난 8·9일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을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미디어토마토 조사(응답률 6.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보인다. 이 조사에선 과반인 51.2%가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34.1%,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유보한 층은 14.7%로 나타났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장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길게 봐서는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예전에 소주 한잔하면서 편하게 야당 인사들도 불러서 대화 나누겠다 그러셨는데,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국민들께서도 조금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19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당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야당과 협치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참모진과 회의하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에도 “용산의 모든 참모가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라.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하는 등 연일 소통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의 기조 변화를 이끄는 행보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여야 영수회담의 수용이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오는 31일 전후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대표를 만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좀 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추석에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즉각적으로 선을 그었던 것에 비하면 ‘뉘앙스’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다만 당내 강성 친윤석열계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