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 등록 직전 위성정당 ‘기호 4번’ 받으려 의원 꿔주기 촌극

당 일각 “선거 경험없는 대표·사무총장 아마추어 실수”

장동혁 “더 이상 변동 가능성 없을 시점 고려”

국민의미래 유일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면접심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미래 유일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면접심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지역구 의원 5명이 22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당적을 옮겼다. 국민의미래에 지역구 의원 5명을 채워야 4·10 총선에서 기호 4번을 받을 수 있음을 뒤늦게 파악해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권 여당이 사전에 법 조항을 파악하지 못해 후보 등록이 시작된 후에야 ‘의원 꿔주기’ 촌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더 이상 변동 가능성이 없을 시점을 고려하다 다소 급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김병욱·김영식·김용판·김희곤·이주환 의원이 전날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해 국민의미래로 당적을 옮겼다. 앞서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이다. 김희곤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어제 오후에 당에서 연락이 왔다. 어제자로 탈당을 하고 (입당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민의미래는 현역 의원이 13명으로 늘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14석)에 이어 기호 4번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더불어민주연합보다 적고 정의당(6석)보다 많은 수의 의원을 국민의미래에 보내 기호 4번을 받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비례대표인 김근태·김예지·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등 8명을 제명해 국민의미래로 보냈다. 지역구 의원은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21일 국민의미래는 이대로면 기호가 6번으로 밀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공직선거법 150조 4항에 따르면 비례대표 투표용지 기호는 5명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보유하거나, 직전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부터 우선 기호를 받게 된다. 그대로였다면 지난 총선에서 10.6%를 득표한 정의당이 의원 6명으로 기호 4번, 지역구 의원 5명이 있는 새로운미래가 기호 5번을 먼저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랴부랴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설득해 국민의미래에 보냈다. 총선 기호가 정해지는 후보 등록 마감일에야 기호 4번 조건을 채운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 경험 없는 당대표와 사무총장이 주변에 조언을 구하지 않고 일 처리를 하다 보니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단 공지에서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제명했던 15일 당시 지역구 의원 수가 5석 이상인 정당은 없었다. 이후 국민의미래가 기호 4번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 5명의 당적 이동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더 이상 변동 가능성이 없을 시점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다소 급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기형적 상황이 없었다면 의원들을 탈당시켜야 하는 상황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와 총선에서 승리해 선거제도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5번인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결혼에 빗대 홍보한 홍보물.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5번인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결혼에 빗대 홍보한 홍보물.

위성정당으로 양당 지역구-비례 기호 달라


이번 총선에선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 비례제로 인한 의석 손해를 피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지난 총선처럼 양당의 지역구와 비례 기호가 달라지게 됐다. 원내 1당인 민주당과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각각 기호 1번과 2번을 받는데,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하지 않아 비례 정당 투표에는 기호 1·2번이 없다. 양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으로 기호 3번, 국민의미래는 기호 4번을 받았는데,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아 지역구 투표용지에서는 기호 3·4번을 볼 수 없다. 민주당은 ‘지역구는 1번, 비례는 3번’, 국민의힘은 ‘지역구는 2번, 비례는 4번’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녹색정의당은 기호 5번, 새로운미래는 기호 6번으로 지역구와 비례 후보가 동일한 번호를 받게 된다.

개혁신당(4석)은 지역구와 비례에서 기호 7번을 받는다. 개혁신당이 출마하지 않은 지역구에선 다른 정당이 기호 7번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의석 1석인 정당은 조국혁신당과 자유통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있다. 공직선거법 150조 5항에 따르면 같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일 때 기호는 최근 실시한 총선의 정당 득표율 순이다. 지난 총선에 기독자유통일당이란 이름으로 1.83%를 득표했던 자유통일당이 비례에서 선순위인 기호 8번, 조국혁신당이 기호 9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해 따로 비례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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