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T 주둔예정지, 주민 반감·거대한 지뢰지대…“언제 터질지 몰라”

워싱턴 | 김진호 특파원·박성진·유신모 기자

실사단 “안전” 상황 파악 불충분

국제협력단도 ‘탈레반 공격’ 경고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및 보호병력 파견을 준비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주둔 예정지인 파르완주 차리카르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 결과 파견을 불과 4달 앞둔 15일 현재까지 상당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합동·실무·전문가별 실사단을 파견했다. 정부 설명대로 파르완주는 주민 대부분이 탈레반과 반목했던 타지크족으로 2001년 미국의 침공 이후 비교적 치안이 양호한 지역이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 외국 군대에 대한 반감이 불거지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점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미군과 아프간 보안군이 지난해 차리카르 시내에 설치한 ‘지역작전협력센터(OCCP)’를 결국 이전키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프가니스탄 차리카르시 외곽에 위치한 한국 PRT 주둔예정지. 2차선 포장도로 변으로 도로를 활용한 테러 세력의 공격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차리카르 |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제공

아프가니스탄 차리카르시 외곽에 위치한 한국 PRT 주둔예정지. 2차선 포장도로 변으로 도로를 활용한 테러 세력의 공격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차리카르 |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제공

국제 NGO ‘전쟁·평화 보도원(IWPR)’의 지난 2일자 보고에 따르면 한 주민은 “분명한 사실은 외국 군대와 함께 자살공격과 도로변 폭탄도 올 것이라는 점”이라는 말로 불안감을 대변했다. 국제협력단(KOICA) 역시 지난 1월에 작성한 ‘현장설명서’에서 당장 이달 중 주둔시설 공사가 시작되면, 탈레반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지뢰지대

아프간 지뢰지대

파르완주 타지크 주민들이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인과 용모가 비슷한 몽골계 하자레 부족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다. 차리카르 인근 고르반 계곡 등지에서는 타지크 군벌에 의한 하자레 주민 살해가 계속돼왔다.

PRT 파견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탈레반의 테러가 2005년 1월에 한 번 있었고 이후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르완주에서는 2008년 12월 말 테러세력이 주정부 시설을 공격, 민간인 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애도까지 표했다.

PRT 주둔예정지, 주민 반감·거대한 지뢰지대…“언제 터질지 몰라”

지뢰지대에 대한 파악조차 엇갈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국방부 평화협력과는 “실사단 조사결과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양국주 대표에 따르면 주둔 예정지 인근에서는 유엔 아프간 지뢰행동협력센터(MACCA)의 주도 아래 지뢰 제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파르완 지역 주민들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11월 2차 실사단에 참여했던 고위관계자는 “주민들과는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아프간 정부만을 상대로 민심을 간접 확인했다는 말이다.

정부가 차리카르 지역을 PRT 및 보호병력 주둔지로 결정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바그람 미 공군기기 내에 현재 운영 중인 PRT와 연계활동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유사 시 미군의 화력 및 전투력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프간 주둔지 인근지뢰 제거센터

아프간 주둔지 인근지뢰 제거센터

하지만 2008년 8월18일 카피사주에서 발생한 프랑스군의 참사는 미군의 화력지원이 소용없게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카피사주는 카불 북동쪽에 접한 지역으로, 한국 PRT가 맡게 될 차리카르와 이웃해 있다. 파르완주 내 바그람 지역과 인접한 곳이다. 프랑스 제8공정대 및 보병부대 병사 60여명이 아프간 정부군과 함께 카피사주 타가브와 카불의 수루비를 잇는 우즈빈 계곡에 도착한 순간 탈레반의 공격이 시작됐다. 프랑스군이 보유한 10여대의 장갑차와 지원에 나선 미군 헬기도 혼전 양상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프랑스군 10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치는 참극으로 종결됐다.

카피사주 역시 파르완주와 마찬가지로 주내 인구가 많은 민족은 북부동맹의 주축인 타지크다. “파르완은 반 탈레반 정서가 강한 북부동맹 지역이어서 안전하다”는 정부 관계자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아프간 PRT 보호병력의 파병동의안은 기간을 올 7월1일부터 2년 반으로 잡았다. 필요할 경우 파견시기를 늦추더라도 안전상황을 재삼 점검할 여지가 아직 있는 셈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