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정부, 의혹 키우는 기밀주의

김광호·강병한 기자

과도한 정보 통제로 불신 자초

천안함 침몰 핵심단서 교신록 공개도 거부

정부와 군의 과도한 ‘보안’ 통제가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투명한 정보 공개” 지시와 달리 군은 침몰 6일째인 31일까지 해군 교신록, 침몰 당시 동영상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개를 거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자초하면서, 무책임한 관측과 유언비어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일제히 정부의 정보 통제를 비판하면서 신속한 공개를 촉구했다.

천안함 침몰 후 정부는 서해안의 기뢰 제거 등 군에 불리하지 않은 단편적 정보만 ‘구두’로 공개할 뿐, 실체 규명의 실마리가 될 정보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하거나 편집된 제한적 자료만 제공하고 있다.

천안함의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열상관측장비(TOD) 영상이 대표적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TOD 영상을 근거로 “배가 두 동강 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국방부는 30일 오전까지 “경계병력, 장비보유 등이 담겨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TOD 영상을 공개했지만, 전체 40분 중 극히 일부인 1분20초짜리 편집 영상만 공개해 “미공개 부분에 다른 내용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만 증폭됐다.

해군이 구조된 천안함 승조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군은 사고 직후 해경에 “(구조 승조원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고 격리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승조원들을 모두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해 언론과의 접촉 등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천안함 침몰 전후 정황을 규명할 핵심 단서인 교신록에 대해선 ‘군사기밀’을 이유로 재차 공개를 거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자의적 보안·통제가 불신을 키우면서 국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아군끼리의 오폭’, 정부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침몰 원인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 등 갖가지 음모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31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군 당국이 커튼을 드리워놓고 장막 속에서 정보를 통제·왜곡해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음모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는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해명하고, 설득이 필요한 부분에는 설득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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