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집회·결사 자유 보고서’ 파장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반정부’와 동일시해선 안돼”

이지선 기자

“당국, 집회·시위 불법성 규정에 과도한 재량권 가져” 지적

“물대포 정당화 어려워…전교조 불인정은 결사 자유 제한”

유엔 인권이사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한국 보고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집회·결사 자유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의 물대포 사용이나 차벽 설치 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한 조치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부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등의 조치는 결사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통해 독립된 진상규명 요구를 표출하기 위한 집회야말로 “평화적 집회에 관한 권리를 촉진해야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집회자유 억압 ‘물대포·차벽’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현행법상 집회와 시위의 불법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 당국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집회를 적어도 사전신고제로 바꿀 수 있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적용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

집회 과정에서 특별하게 지적된 대목은 정부의 물대포 사용과 차벽 설치 문제다.

보고서는 “물대포 사용이 무차별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인을 겨냥해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면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인 백남기씨 사례를 언급했다.

백씨의 딸 백민주화씨는 스위스 제네바 유엔 회의장에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구두발언을 통해 이를 환기시킬 예정이다.

버스로 설치한 차벽의 경우 “평화적 집회 참가자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차벽 설치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집회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적시됐다. 보고서는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는 점을 언급하고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자들이 조사를 받거나 민·형사적 책임을 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전교조 불인정은 결사 권리 제한

결사의 자유 분야에서는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할 때 사전등록을 요구하는 기부금품법 제4조가 정부의 단체운영 감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강정마을이나 밀양송전탑반대위원회의 등록이 이 법에 따라 거부된 점을 언급하면서 “강정마을의 경우 당국이 기부활동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지원한다고 여겨 등록을 거부했다”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또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 설립 신고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는 본질적으로 결사의 자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세월호 집회=반정부’는 ‘반민주’

세월호 참사와 그에 따른 집회 부분은 아예 별도로 언급됐다. 특별보고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독립된 진상규명 요구가 무시됐다는 불만이 있었고, 그 불만이 평화적 집회의 핵심”이라며 “이런 감정의 표출이야말로 평화적 집회에 대한 권리가 촉진되어야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는 명백히 정치화됐고 희생자 가족들의 상징인 노란 리본은 반정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법치의 주요 요소인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을 정부를 흠집 내려는 시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보고관은 “한국 시민사회는 생동감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부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집회 자체를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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