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선 복원 합의...관계 변화 모색하는 남북

유신모 기자
2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이 오전 10시부터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2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이 오전 10시부터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남과 북이 27일 남북통신선을 13개월여 만에 전격 복원함으로써 2018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단절 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변화를 예고했다. 남북이 이날 정상 간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하며 ‘조율된 내용’의 발표를 내놓은 것은 그동안 물밑 소통이 지속적으로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잔여 임기 동안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나 진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폐쇄가 이어지고 있고 대북제재, 미국과의 조율 등 장애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꽉 막혀있던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변화의 계기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진전 속도는 물론 북·미 대화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통신선 복원은 군사적 긴장 완화 의미

북한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남북통신선을 차단한 뒤 곧바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통신선은 남북의 소규모·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열려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다. 북한이 통신선을 차단한 것은 앞으로 충돌이 일어나면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대남 위협이었다.

따라서 이번 통신선 복원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함께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군 통신선이 정상화되고 판문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 전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이전처럼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하루 2차례 정기통화를 할 것을 제안했고 북측도 이에 호응했다”고 밝혔다.

■남북 간 후속 조치 및 전망

남과 북은 이번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 관계 진전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선 복원이 실질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행동적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가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북한은 여전히 국경을 닫아놓은 상태이고 촘촘한 대북제재 역시 엄존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직접 접촉을 갖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사업에 착수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책임 문제도 관계 진전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설명하고 재발 방지, 연락사무소 기능 부활 등을 약속하지 않으면 향후 남북관계 진전은 국내 여론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이 소통 채널을 열어놓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쉬운 상황 관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남북협력도 후속 조치로 유력하다. 북한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면서 대북제재에 저촉받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8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규모 조정도 남북관계 분위기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북·미 대화로 이어질까

북한의 태도 변화는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측을 배제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와 거래하는 것이 용이하지도, 유리하지도 않다는 판단에 따라 먼저 남북관계 분위기를 바꿔놓고 그 다음 수순으로 미국의 대화 제의에 답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 이후 한·미 간 협력과 이해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남북대화 등에 대한 지지를 명시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 때는 한·미 워킹그룹 재편을 시도했다. 모두 북한과의 물밑 접촉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상세한 설명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 남북 간 합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밝은 전직 관료출신 전문가는 “미국은 남북대화 진전을 환영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대화 필요성를 약화시킬 정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의 소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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