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통신선 끊었던 북한, 왜 다시 연결했나

박은경 기자

북, 코로나·식량난 등 내부 위기 타개 모색

일방적으로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었던 북한이 413일 만에 이를 전격 복원한 것을 두고 코로나19와 식량난 등 내부 위기를 자력갱생만으로는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북남 수뇌들께서는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했다”면서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지난해 6월9일 연락채널 차단, 닷새 뒤인 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급속 냉각된 남북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과거 남측에 불만이 있으면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관계 개선을 추진할 때는 연락채널부터 복원해왔다. 2016년 2월 북한이 남측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에 반발해 연락채널을 차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8년 1월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구했고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마중물이 됐다.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연락통신선 복원도 13개월 넘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연이은 대화 제의에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월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면서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했고, 지난달에는 미국의 대화 기대에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유엔 대북 제재, 식량난 가중 등 산적한 내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호적 대외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대화’라는 ‘초대장’을 받은 데다 중국과 밀착 관계를 다져놓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추진으로 한반도 국면을 주도하기 위한 토대 마련에 나섰다는 진단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데다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시켜 놓는 것이 향후 유리하다고 북측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기 시작한 4월은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힌 때다. 당초 북한은 4월쯤 코로나19로 1년 이상 봉쇄해온 북·중 국경을 개방하려고 계획했으나 무산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국경 폐쇄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자 남북관계를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는 상태’로 전환해 놓고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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