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AEA 이사회 의장국 일본 독점 깨고 64년만 진출

김유진 기자

한국이 국제비확산·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한국의 이사회 의장국 선출은 IAEA 설립 이후 64년 만에 처음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 일본의 독식 체제를 깨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27일 “한국이 IAEA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의장국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의장국 임기는 이날부터 내년 9월까지 1년간으로, 신재현 주오스트리아대사가 의장 역할을 수행한다.

IAEA 이사회는 173개 회원국 중 35개국으로 구성된 IAEA의 핵심 의사 결정 기관이다. 한국은 1989년 IAEA 총회 의장(정근모 전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총 17차례 이사국에 진출했지만, 연간 5차례 이사회를 주재하는 의장국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8개 지역별로 1년씩 번갈아 가며 수임하는 이사회 의장은 해당 지역그룹이 컨센선스 방식으로 결정한다. 한국이 속한 극동그룹 내에선 일본이 모두 6회, 베트남이 1회 의장국에 진출했다. 이에 정부는 그룹 내 5개국(일본·중국·베트남·몽골·필리핀)을 상대로 ‘한국의 비확산·원자력 역량이 증대됐고, 특정국가가 의장국을 독점하는 관행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로 외교전을 벌여왔다.

일본도 한국측의 문제제기에 공감, 한국의 의장국 수임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을 포함해 지역 그룹 안에서 이번엔 한국이 해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한·일 간 비확산 분야 협력은 상당히 원만하고 훌륭하다. 의장국을 지낸 일본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핵 검증·사찰, 원자력 안전, 핵안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IAEA가 다루는 주요 사안을 논의·심의하고, 매년 9월 열리는 총회에 필요한 권고를 한다. 특히 북핵이나 이란 핵 문제 등 현안 발생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여부를 검토하는 역할도 해 왔다.

정부는 이번 이사회 의장국 진출이 국제 비확산 모범국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장국 지위를 바탕으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이사국의 북핵 관련 입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IAEA 차원의 북핵 관련 논의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군축·비확산 분야 다자외교 역량을 제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넓히고 공고히 하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여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일본 정부가 IAEA 국제안전기준을 충족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관련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장 임기 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등 원자력 안전에 대한 전반적 토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의장은 중립성 유지 의무를 지니기 때문에 회원국을 존중해야 하며 특정한 입장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2022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신재현 주오스트리아대사

2021~2022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신재현 주오스트리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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