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중학생 구한 ‘달관’이 전역···교육청 조례까지 바꾼 ‘스타 군견’

박은경 기자

2019년 조은누리양 구조에 결정적 공

올해 나이 10세로 임무 수행 어려워

초기엔 탈영도 했던 ‘문제견’

조양과 가족들도 군견 은퇴식에 참석

육군 32보병사단이 8일 세종 금남면 사단 기동대대에서 정찰견 달관이의 은퇴식을 연 가운데 이날 오전 달관이가 탐지 및 정찰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육군 32보병사단이 8일 세종 금남면 사단 기동대대에서 정찰견 달관이의 은퇴식을 연 가운데 이날 오전 달관이가 탐지 및 정찰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2019년 실종된 중학생을 구조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운 ‘스타’ 군견 ‘달관’이가 1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은퇴했다.

8일 육군은 32보병사단 산하 기동대대에서 군견 달관이의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 개최했다고 밝혔다. 군견 은퇴식 행사는 보통 군견훈련소장 주관 통합행사로 열리지만, 이번 은퇴식은 달관이의 공로와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사단 장병들이 직접 자리를 마련했다.

32사단 윤상순 기동대대장 주관으로 열린 행사는 은퇴 명령 낭독, 은퇴견 명찰 부착 및 약력 소개, 장병들이 제작한 선물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2012년생 수컷 셰퍼드인 달관이는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최우수 군견이 되기 전에는 탈영을 감행하기도 했던 문제견이었다. 2014년 2월 훈련을 위해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교하기 위해 이송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생포됐다. 이후 고된 훈련을 소화한 달관이는 합격률 30%라는 관문을 뚫고 어엿한 수색견으로 성장했다.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군견훈련소 보수교육에서도 매년 종합성적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2019년 7월 청주에서 가족과 등산을 갔다가 실종된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을 구조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실종 열흘째 박상진 원사와 함께 야산을 수색하던 달관이는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보고 동작’을 했다. 덕분에 약 3m가량 떨어진 바위 구석에서 조양을 구조할 수 있었다. 조양 수색에 연인원 5790명이 투입됐는데 군견 달관이가 먼저 찾아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타 군견’이 됐다. 당시 ‘달관이를 특진시켜야 한다’ ‘표창장을 줘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군견은 군번과 같은 견번을 받고 생활하지만, 계급은 없어 특진은 불가능했다. 대신 경찰이 15만원 상당의 간식으로 ‘포상’을 했다.

8일 오후 세종 금남면 육군 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이 열린 가운데, 지난 2019년 실종 열흘째 만에 달관이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 가족이 은퇴식에 참석해 달관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8일 오후 세종 금남면 육군 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이 열린 가운데, 지난 2019년 실종 열흘째 만에 달관이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 가족이 은퇴식에 참석해 달관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달관이에게 포상을 하지 못한 것을 계기로 충북도교육청은 개인·단체뿐만 아니라 교육 관련 상징성이 있거나 공로가 인정되는 동·식물에도 상을 줄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조양 수색 작전 등을 비롯해 실제 작전에 12회 투입돼 활약한 달관이는 올해 나이 10세다. 군은 사람으로 치면 약 70대 고령이 된 달관이의 체력 문제로 더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달관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은 총 9명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의 일상과 훈련을 함께 해온 군견병 김민수 일병은 “달관이는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3년 전 달관이가 구조했던 조양과 가족들도 참석했다. 조양 아버지 조한신씨(52)는 “육군 장병들과 달관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의 우리 가족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가 여생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관이는 은퇴 후 사단에서 정든 전우들과 ‘제2의 견생’을 살게 될 예정이라고 육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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