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국 강제동원 발표, 미국이 원하던 결과”… “관건은 일본의 조치” “위안부 합의 재연 우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지 1시간여 만인 지난 5일(현지시간) 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의 발표를 환영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입장 표명에 대해 한·일관계에 밝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일 협력 진전을 바라는 미국이 바라던 결과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와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을 6일(현지시간) 각각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여 여부 및 일본 총리의 사과 수준이 관건”(앤드루 여) “피해자의 바람을 간과한 합의안도 지속가능하지 않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프랭크 엄)고 지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

- 미국이 신속하게 내놓은 환영 입장이 가지는 시사점은.

프랭크 엄(엄) = 미국은 역내 최대 동맹국인 한·일이 정치·경제적 긴장을 빠르게 해결하기를 원한다.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위한 걸림돌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만큼 미국이 원하던 결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앤드류 여(여) = 바이든 행정부는 3자 협력 진전을 위해선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한·일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기록에 남기고 미래를 바라보기를 권장하는 의도였다고 본다.

- 다음달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등 한미 관계 영향은.

여 = 한·미 간에는 동맹 70주년, 경제협력 등 중요한 현안이 많다. 이번 발표가 없었다고 한국 정부가 곤란한 위치에 놓이진 않았겠지만,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긍정적인 토킹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USIP홈페이지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USIP홈페이지

엄 = 물론 윤 대통령의 방미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전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국의 입지를 높일 것이다.

- 한·미·일 협력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 =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수출통제·반도체 협력에 한계가 있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면 반도체 등 신흥기술 분야의 3자 간 심층적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안보협력 분야에서도 3자 군사훈련 확대 등을 위한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엄 = 지난해 연합대잠훈련, 미사일 공동 추적 등 3자 군사 협력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 앞으로 특히 중·러의 역내 훈련에 대응한 공조 등이 더 원활해질 것이다.

- 강제동원 해법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여 = 미국은 강제동원 이슈가 한·일 양국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봤고, 미국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개입할 때마다 한국, 일본 국내적으로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다만 3자 회동 때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를 독려했을 것으로 본다.

엄 = 미국은 한·일관계에 간섭하거나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꺼리며, 이 때문에 갈등 해결을 위해 공개적으로 나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이 일본에게 역사를 직시할 것을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노력이 어떠했든 미국이 바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미 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의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취약한 정치적 편의주의 결과물이자 2015년 위안부 합의처럼 결국엔 깨어질 제안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양국 긴장의 근본적 해법과 거리가 있는 양자 합의를 지지해온 것이야말로 현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다.

- 한국 내에선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여 = 이번 발표는 윤 대통령에겐 위험한 도박이었고 정치적 용기가 필요했다. 일본이 (성의있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아무런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건은 일본 총리의 사과나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 기여가 있을 지 여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역사와 내러티브를 둘러싼 하나의 싸움일 뿐이고 여전히 긴장이 있기 때문에 한·일 갈등을 근본적으로 종식하지는 못할 것이다.

엄 = 윤 대통령이 한·일 갈등 해법 모색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해선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국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안은 매우 어려운 해법 가운데 그나마 최선의 옵션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범기업 배상과 사과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바람을 간과한 어떤 합의안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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