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없이 내어준 ‘외교 참사’…안과 밖의 ‘청구서’만 남았다

유정인 기자

대통령실 “일본 맘 여는 데 성공”

한·일 간 갈등의 문 닫은 대신

‘방일 후폭풍’ 정국 문 열려

소통 부재·외교력 한계 ‘부메랑’

협상 없이 내어준 ‘외교 참사’…안과 밖의 ‘청구서’만 남았다
협상 없이 내어준 ‘외교 참사’…안과 밖의 ‘청구서’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과 함께 방일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한·일 정상회담으로 정부 간 강제동원(징용) 해법 논의의 문을 닫은 대신 방일 후폭풍 정국의 문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19일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과 시민단체, 야당을 중심으로 ‘외교참사’ 비판이 확산 중이다. 피해 당사자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소통 부재, 일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외교력 부족 등 윤석열 정부가 노출한 한계가 정국 혼란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론 추이에 따라 윤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1박2일의 방일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정국 블랙홀급 이슈가 됐다.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 야당의 파상공세,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 등이 동시다발 리스크로 부상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61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의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규탄 집회가 열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집회 참석과 함께 “굴욕외교” 비판을 강화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사죄·배상 없는 ‘한국의 자체 해결’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 배상안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된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대통령실은 방일 외교 성과 띄우기에 집중하며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외교가 상대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며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승적 결단”으로 관계 개선 물꼬를 트면서 일본의 ‘호응’을 기다리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앞서 별도 보도자료를 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온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 대변인은 “매우 높이 평가”(아소 다로 전 총리) 등 방일 일정 중 만난 일본 인사들의 발언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일본 호텔 직원과 주민, 공항 직원 등에게 박수를 받았다면서 “이 정도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내 부정적 여론을 두고는 ‘지엽적 문제’를 본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특히 야당에서 많은 비판을 한다”면서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판을 읽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 ‘호응’ 늦어질수록 윤 정부 부담은 커져

윤석열 정부의 소통 부재, 외교력 한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두고 원고인 피해 당사자들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은 거치지 않은 점이 부정 여론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안 발표 후 10일 만에 한·일 정상회담으로 논의를 종결한 것 역시 ‘일방통행식’ 국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에 별다른 요구 없이 ‘선제적 조치’로 강제동원 문제를 푼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 YTN 인터뷰에서 비공개 협의에서 일본 측이 “학수고대하던 해법”이라며 놀랐다고 전했다.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인식과 사죄 등 ‘호응’이 늦어질수록 윤석열 정부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제 일본이 호응할 차례’라는 입장이지만 강제동원 이슈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압박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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