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으로 끝나가는 새누리 ‘쇄신 파동’

김광호 기자

견고한 ‘보수 불변’의 벽에 자기혁신 능력 부재만 노출

새누리당 쇄신론이 ‘미봉’으로 마감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경제민주화 좌표 설정, 비리 전력 인사 영입으로 인한 정치쇄신 훼손 논란, 당 지도부 전면 쇄신 등 어느 것 하나에도 똑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화합 명분으로 과거 친박근혜(친박) 인사에서 벗어났던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선대위 조정의 중책을 맡기는 대안만 등장했다. 그 결과 변화를 대선 화두로 세웠던 새누리당에서 견고한 ‘보수 불변’의 벽과 협소한 인재 풀, ‘박근혜 1인 체제’, 자기혁신 능력 부재라는 문제점들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의 선대위 총괄본부장 기용은 경제민주화 혼선으로 퇴진을 요구받은 이한구 원내대표 거취의 해법으로 꺼내든 것이다. 이들을 선대위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으로 형식적 2선 후퇴를 시키고 실질적 조정의 힘을 김 전 원내대표에게 줘 이들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퇴진이라기보다는 “기능적 조정”(선대위 관계자)인 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굳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하지만 당장 김 전 원내대표의 총괄본부장 기용에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4·11 총선 당시 백의종군으로 당에 기여했지만, 과거 ‘종북’ 색깔론 발언을 하는 등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변화와는 맞지 않는 강경 보수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툭툭 던지는 발언 중에서 굉장히 국민 눈높이에 벗어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선대위) 일만 하고 말을 해선 안된다”(초선 의원)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선대기구 한 관계자는 “그가 총괄본부장으로 등장하면 (이 원내대표 등) 다른 분들도 자연스레 상처를 덜 받고 2선으로 물러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후보에게 대안 없이 모든 걸 다 바꾸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쇄신파도) 다들 차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등 “백지에서 출발하자”며 시작된 새누리당의 ‘쇄신 쿠데타’는 5일 천하로 미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의 대안 기용은 “새누리스럽다”는 지적대로 지금 새누리당과 보수의 문제점도 보여준다. ‘최선 아닌 차선’에서 보여지는 인재 풀의 한계와 소장·쇄신파 목소리를 매번 좌절시키는 보수의 벽 등이다. 쇄신론의 배경이 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을 “그분들은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지 실제 선거를 하러 온 것 아니다”(당 핵심 관계자)라고 선을 긋는 데서 보듯 외부 영입인사를 ‘얼굴 마담’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문제다. 추상적인 ‘화합’ 카드를 대안으로 내세운 점은 결국 쇄신 요구를 내홍·권력투쟁 정도로만 본다는 증거다. 박 후보가 직접 설득에 나서 사실상 진압에 가까운 미봉을 한 모양새를 두곤 ‘박근혜 1인 체제’를 재확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 쇄신론을 미봉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혁신 능력 부족의 모습이다.

박 후보가 미봉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불분명한 경제민주화 역할 구분,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기용 여부, 전 비상대책위원들이 제기한 박 후보 비서진 4인방 역할 문제 등은 향후 뇌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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