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탐구

누가 어디를 얼마나 갔나

임지선·장은교·박홍두 기자

박 - 안보·직능단체, 문 - 통일·일자리, 안 - 경제·대학 강연

대선 후보들의 동선에는 판세 분석과 선거전략이 담겨있다. 그들이 가는 곳을 보면 각자가 생각하는 약점과 강점을 알 수 있고, 기존 지지층을 튼튼히 하고 더불어 새로운 지지자를 얻기 위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으로 3자 구도가 확정된 지난 9월19일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 후보의 동선을 봐도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세 후보는 모두 20~40세대와 경제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했지만, 각자 특별히 강조한 일정은 달랐다.

[대선주자 탐구]누가 어디를 얼마나 갔나

▲ 박근혜, 지방 가더라도 숙박은 안해
안정적 일정 택해 보수층 다독이기

박 후보는 ‘안보·보수’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 지지층을 다졌고, 직능단체 행사에도 종종 참석했다. 박 후보의 일정은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을 듣는다. 문 후보는 일자리 정책을 강조하면서 안보·통일 관련한 행사를 잊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그림자를 벗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안 후보는 자신의 주 지지층인 20~40세대를 주로 만나서 일자리와 창업을 강조했다. 형식도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강연을 주로 택했다. 짧은 시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일정이 많았다.

가장 먼저 출발한 박 후보는 ‘집토끼’와 ‘산토끼’ 잡기 전략을 병행했다. 지난 45일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안보 및 보수단체 행사와 20~40세대 행사 참석이었다. 그는 안보 및 보수 단체와 관련한 일정을 7번 잡았다. 강원 양구군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군복을 입고 둘러봤고, 재향군인회 창설 60주년 기념식에도 들렀다. 박 후보가 복지를 강조하고 경제민주화 깃발을 들면서 보수층의 결집이 이완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이를 다독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보수당 후보가 수행하는 일정을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지가 약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는 데도 공을 들였다. 세대별 분류에서 20~40세대를 8번이나 만나 이들의 관심사인 일자리와 창업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눴다. 형식도 다양해 서울 시내의 극장에 들러 팝콘을 파는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가 하면 빨간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는 ‘변신’도 시도했다.

박 후보가 가장 많이 다닌 일정은 ‘직능’ 관련 행사로 13번을 치렀다. 의사·간호사·한상대회 등 행사에 참석, 축사를 했다. 이 때문에 캠프 내에서도 “직능단체에 끌려다니지 말고 다양하게 일정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의 또 다른 특징은 지방에 가도 숙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당 공식 행사들을 제외하면 일정 자체는 박 후보가 가장 많았다. 현지에서 잠을 자지는 않지만 일단 지역에 가면 여러 일정을 잡는 방식이다.

[대선주자 탐구]누가 어디를 얼마나 갔나

▲ 문재인, 한주씩 주제 정해서 움직여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 잦은 편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동선은 ‘집중형’으로 분석됐다. 한 주씩 주제를 정해놓고 정책행보를 하면서 관련 직능의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방식이다. 정책에 맞춰 관련된 장소는 2~3개 정도 찾았다. 박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일정은 거의 전날 정해지고 발표되는 반면, 문 후보의 일정은 대략 일주일 단위로 사전에 배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후보는 특히 안보와 관련해서 ‘통일’에 방점을 찍은 일정을 많이 다녔다. 바탕에는 박 후보 지지세력인 보수파의 색깔론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무소속 안 후보에 비해 경험과 정책 능력의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방문해 남북관계 간담회를 하고 개성공단 기업인과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천안함 희생자를 위한 헌화, 안보정책 간담회 등을 열었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첫번째 주에 찾은 것은 ‘일자리’ 현장이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계·재계·청년·비정규직 등을 한 데 모아 일자리 간담회를 열었고, 홍익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만나서는 함께 청소를 하며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가 청년 취업자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제1공약인 일자리 창출에 한 주를 ‘올인’한 것이다.

일정만 보면 사실 일자리 정책에서 여야의 차이를 찾을 수 없다. 모두 일자리 창출 메시지를 던지고 창업을 강조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아닌 ‘노동’문제에서는 여야 차이를 명확히 찾을 수 있었다.

박 후보의 노동 현안 관련 일정은 한국노총 방문 한번뿐이었다. 비정규직 문제와 열결된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 반면 문 후보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났고, 안 후보는 삼성반도체의 산재 피해자 ‘반올림’의 한혜경씨를 만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둘다 쌍용차 농성현장을 방문하는 등 각각 4~5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났다. 다만 안 후보는 ‘창업’에 무게를 둔 반면 문 후보는 ‘일자리’에 강조점을 뒀다는 차이가 있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쌍용차 농성현장을 방문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해결책 없이 갈 수는 없다’는 방침에 따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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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유권자 많이 만나는 강연 선호
5060·비전문가 그룹 접촉 부족은 숙제

안 후보에게 대선 출마 후 45일은 곧 정치활동 45일이다. 정치신인이기에 그가 가는 곳마다 첫 방문이었고, 발표하는 정책마다 처음이었다. 안 후보가 택한 첫 공식일정은 안산 단원의 창업사관학교 방문이었다. 대선 후보 선출 직후 김해 봉하마을을 참배해 정치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박 후보의 첫 행보와 달랐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한 젊은 벤처꿈나무들을 만나 ‘벤처 경영인 선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또 ‘격차해소와 공동체 복원’이라는 1차 투어의 테마는 후보가 초반 방문지에서 직접 정한 것이다.

10월부터 한달간 진행된 1차 전국 투어는 ‘강연’과‘현장’으로 요약된다. 안 후보는 수도권을 포함해 모두 8개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2박3일 동안 두 개 대학에서 강연한 적도 있다. 강연은 무소속 후보로서 정치활동에 제약이 있는 그가 가장 익숙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엔 안 후보의 지지층인 20~40세대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점도 작용했다. 안 후보는 20~40세대와 만나는 일정이 10번 이상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많았다.

그러나 안 후보는 박, 문 후보에 비해 안보·통일과 관련한 일정은 적었다. 역으로 보면 안 후보는 50~60세대와 비전문가 그룹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세 후보가 마주친 것은 몇번일까. 셋이 한자리에서 조우한 것은 지난달 13일 열린 한 마라톤 대회와 지난달 29일 골목상권 관련 살리기 대표자 회의로 두번이다. 문, 안 두 후보의 부인이 박 후보와 만난 것도 비슷하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해야 하는 문, 안 후보의 일정이 겹칠 때면 ‘미묘한 긴장감’이 보인다. 충청과 경북 구미 일정 등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하루 이틀 또는 몇시간 차를 두고 일정이 겹쳤고, 지난달 25일에는 영남 지역을 두 후보가 나란히 방문하며 같은 KTX 열차를 탔으나 인사 없이 스쳐 지나갔다.

각 후보 진영의 일정 담당자들은 득표에 효과적인 동선을 만들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다른 후보와 차별화해야 하고 같은 주제라도 좀 더 스토리가 나오는 장소와 사람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대선 후보의 참석을 바라는 여러 단체들의 요청도 충족해야 한다. ‘51 대 49’의 싸움이라는 이번 대선에서 후보가 가는 그곳에서 ‘2%’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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