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캠프 긴박했던 하루

이주영·박홍두 기자

오전 10시40분… 안 ‘조건부 회동’ 제안에 술렁

오후 2시… 문 ‘무조건 협상’ 역공에 긴장

16일 야권 후보 진영에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공방은 두 진영을 오가며 계속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를 처음으로 직접 비난하는 등 양측은 전례없이 전쟁을 치렀다.

■10:00 =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안 후보가 당초 이른 아침 택시기사들과의 만남 일정 이후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그 직후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이 선대위 캠프가 있는 서울 영등포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당원들이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 지원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고, “저와 언론인 사이에 식사를 하면서 나눴던 사담을 자세히 취재해서 그걸 문제를 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펼쳐질 공방전의 시작이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6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기 위해 김성식·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오른쪽부터)과 기자실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6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기 위해 김성식·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오른쪽부터)과 기자실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40 = 안 후보는 기자실에 내려와 문 후보에게 “민주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촉구했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강수를 던졌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직전까지 발표문 문구를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5분 남짓한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추가 설명을 했다. 문 후보 측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그는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된 바 있는 내용들이 혁신과제로 제기된 바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우상호 단장은 “안 후보의 제안을 환영한다. 두 후보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직후 당내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선대위원장단 회의가 예정됐던 낮 12시보다 일찍 열려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12:00 = 안 후보 측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요구한 게 사실상 ‘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퇴’라는 점을 간접 시사했다. “문 후보의 리더십을 저해하는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1시30분쯤 우 단장은 또 기자실에 와 “선대위원장들은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겠다고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후보는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고 하며 반려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민주당 내부의 혁신 논의와 관련해 안경환 새로운정치위원장이 당의 계파적 기득권 구조를 포함해 당 개혁을 언급한 게 있다”는 추가 설명을 내놨다.

■14:00 = 문 후보 측이 역공에 나섰다. 문 후보는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에 없이 비판의 톤이 강했다. 안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결론은 단일화에 다시 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오후 3시 다시 소집된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는 “우리가 왜 끌려다녀야 하느냐”는 격앙된 말이 쏟아졌다. 문 후보의 언급에 안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은 “충분히 말씀드렸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17:00 =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문 후보 시민캠프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안도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안 후보는 정치혁신으로 뭘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뒤이어 우 단장이 다시 기자실을 찾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우리 당원들이 구정치 세력으로 규정되는 건 모욕적이다. 이게 파트너에 대한 예의냐”고 말했다.

■19:30 =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민주당원들과 민주당을 사랑하는 분들도 민주당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에 변화를 촉구하는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오후 일정을 마친 뒤 저녁 늦게까지 캠프에서 회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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