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

공약 점수·순위·등급 금지…“정책 검증 막는 공직선거법 바꿔야”

이지선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국회 원내 5당 대선후보 공약 평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6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해당 기사에 대해 “후보자별로 점수 부여 또는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공약 평가는 선거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선거법에는 ‘공약 서열화 금지’ 규정이 있다. 선거법 108조 3은 언론기관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공약에 대해 비교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후보자 등별로 점수 부여 또는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단서가 있다. 정책과 공약을 ‘비교평가’할 수 있지만 순위는 매기지 말라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대표적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을 검증할 기회를 막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위헌적인 선거법에 의해 부당하게 처벌될 수 있는 주요 사례’를 들면서 이 조항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012년 정당별 복지정책을 비교평가했으나 해당 조항 때문에 순위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선관위 스스로 관련 규정의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선심성 공약 남발을 막으려면) 언론기관이 후보자별 정책·공약을 비교평가할 때 ‘서열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해당 공약에 얼마나 돈이 들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작년에 이런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선관위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 의견에는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비교평가해 결과 공표 시 서열화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평가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중앙선관위 정책비교평가 사이트에 등록·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책선거를 정착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비교평가 공표 과정에서 서열화에 대한 판단 기준이 무엇이고, 검증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사법팀장은 “정치인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막는 규정은 개정돼야 한다”며 “다양한 지향을 가진 언론이 정책의 다양한 가치를 비교·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편파성 우려도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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