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 선거인데…‘노동 고민’ 없는 윤석열·안철수

공약 안 내고 질의엔 무응답

관련 토론회는 불참하면서

경제 유튜브 채널에는 출연

시민단체 “정책·검증 실종”

20대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 공약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노동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질의에 대한 답변, 토론회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선 후보의 정책 검증이 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노동’ 분야 공약은 없다. 윤 후보는 재정·경제·복지·정치·사법·국방·통일·외교·환경·교육 등 영역의 공약을 올렸지만 노동 공약은 빠져 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제목하에 ‘고용친화적 환경조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이라는 항목이 있기는 하다.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분야 확대,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연하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 개선,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이라는 내용인데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산재 사고 감축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에 비하면 협소하다.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노동 공약은 없고 경제 공약으로 ‘강성 귀족노조 혁파하고 공정 시장경제 확립’만 있다. 통상 대선 국면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각 후보 캠프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아 분석하며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돼왔다. 때로는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어 공약을 점검하고 논쟁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두 후보가 질의서에 아예 답변하지 않거나 추상적으로 답변하고, 관련 토론회·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검증할 공약 내용 자체가 부실해서다.

위험에 대한 알 권리를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운동을 해온 12개 시민단체는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냈지만 윤·안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불평등끝장넷이 보낸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의서에는 윤 후보가 답변하지 않았다. 윤·안 후보 캠프는 지난 9일 불평등끝장넷이 주최한 토론회, 생명안전시민넷이 진행한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앞서 경향신문이 후보 4명에게 보낸 노동 공약 관련 질의에도 유일하게 답변을 거부했다.

안 후보는 24일 노동건강정책포럼이 여는 산재 예방보상 정책 토론회에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유세버스사고가 발생한 뒤 불참으로 변경했다. 이 토론회에는 윤 후보 역시 불참을 통보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측만 참석하게 됐다.

반면 두 후보는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는 모두 출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이번 대선은 시민사회의 정책 검증 기회와 정책이 실종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불평등·양극화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서민·노동자의 삶을 돌아보는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쪽은 상대적으로 노동 공약을 많이 언급하고 시민사회단체들 질의·토론회에 대체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경제대통령’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동 공약이 두드러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심 후보도 ‘노동자, 자영업자, 농어민의 일할 권리와 기본권 보장’을 냈다.

박순철 생명안전시민넷 사무처장은 “서민·노동자, 사회적 약자의 문제가 득표 중심의 선거 전략에 가려지고, 새 정부에서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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