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유리할까?···여야 '복잡한 사전투표율' 셈법

김윤나영·유설희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최종 모의시험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최종 모의시험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4일부터 이틀간 치러진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치인 20대 총선(26.7%)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 19대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26.06%였다.

여야는 총력을 다해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으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자당에 유리할 것이란 통념은 깨졌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은 보수 일각의 ‘사전투표=부정선거’ 음모론을 진화하느라 애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 개시 전날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초박빙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투표율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 “‘높은 투표율=민주당 유리’? 옛날얘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유권자들에게 사전투표 참여를 호소할 예정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3일 야권 단일화 대응 긴급회의를 통해 촛불집회의 상징인 광화문 근처로 사전투표 장소를 확정했다. 사전투표부터 지지층을 총결집하기 위한 조치다.

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꼭 이 후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강훈식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투표율이 오르내리고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과거의 행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노년층의 높은 투표율은 상수로 여기고, 청년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승리의 변수로 여겨왔다. 민주당의 우군이던 2030세대가 지난해 4·7 재·보선을 계기로 부동층으로 돌아서면서 이러한 공식이 깨졌다. 강 본부장은 최근 2030세대 여론 추이에 대해 “35세를 기점으로 우리가 35세 이상에서는 지지율이 높고 35세 이하에서는 지는 여론조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40·50대를 설득하자는 세대포위론을 주장해왔다.

■사전투표=부정선거 프레임에 당황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일부 지지층의 ‘사전투표=부정선거’라는 주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후보는 3일 충남 천안시 유세에서 “2020년 4·15 총선에 대한 부정 선거 의혹을 가진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에는 당 차원에서 공명선거와 부정선거 감시를 위한 조직을 구비해 철저히 감독하겠다”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언론광고를 통해 사전투표는 조작이라고 주장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여론조사상 사전투표 의향은 국민의힘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4~26일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의향은 45.6%였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19.5%였다. 사전투표 의사를 밝힌 전체 유권자는 32.2%였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에 대한 지지층의 거부감이 본투표율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한다. 특히 지지층이 코로나19 감염 변수 등으로 본투표를 못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강원 동해시 유세에서 “(정부가) 선거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온다고 발표해서 여러분이 당일날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는 음모론까지 주장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코로나 등 변수

여야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사퇴가 사전투표 표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윤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직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4~5일 사전투표 용지의 안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글자가 표기된다. 3월9일 대선 당일 투표 용지에는 ‘사퇴’는 표기되지 않고 투표소에 관련 안내문만 게시된다.

민주당은 사전투표 전날 이뤄진 야권 단일화로 위기감을 느낀 여권 지지자들과 이른바 ‘샤이 이재명’, 부동층이 결집하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은 이번 단일화를 계기로 이재명 후보의 정치교체론보다 정권심판론이 더 힘을 받기를 기대한다. 안 후보 지지율이 어느 정도 비율로 양당 후보에게 각각 분산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3일 “안 후보의 기존 지지율을 양당 후보가 반반씩 나눠가져갈 것”이라며 “그간 이 후보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하던 부동층이 결집할 수도 있어 최종 득실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5%라면, 저희에게 4대 1로 오는지, 3대 2로 오는지, 2.6대 2.4로 오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투표율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하루 20만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에서 불과 39만표(1.6%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사실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달 22~23일 유권자 1007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본인이나 가족의 코로나19 확진과 상관없이 투표하겠다는 의향은 윤 후보 지지자(84.8%)가 이 후보 지지자(78.1%)보다 6.7%포인트 높았다. 확진시에도 투표하겠다는 전 세대 응답은 74.5%였는데, 이 후보 지지세가 강한 40대 유권자에서는 그보다 낮은 70.3%였다. 부동층인 20대의 확진시 투표 응답은 57.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고, 윤 후보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는 82.2%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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