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주변 통신감청 등 무분별 공개 ‘우려’

김광호·이인숙기자

“양치질할 정도 상태” “봉화진료소 치료”…

‘작전계획 5029’까지 언급 北자극 가능성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대북 정보대응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민하고 복잡한 내용임에도 정보와 출처가 낱낱이 공개된 것은 물론 그 판단도 단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익에 미칠 영향, 주변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암실에서 봐야 할 필름에 햇빛을 쪼인 꼴”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다.

◇정보대응 양태=지난 10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정부 당국의 정보공개는 가히 경쟁적 양상이다. 통일부·국가정보원·국방부의 국회 보고, 청와대 브리핑 등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징후 감지” “순환기계 질환으로 수술” “봉화진료소에서 치료”까지 정보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급기야 11·12일엔 “부축하면 움직일 수 있는 수준”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마치 옆에서 본 듯 북한 상황을 전했다.

이는 ‘건강이상설’에 대해 “북한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식 확인을 거부한 미국·중국 등의 대응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김 위원장의 건강보다 ‘북핵 협상의 표류’ 등 그로 인한 정책적 판단에 더 무게를 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더 나아가 ‘후계 구도’ 등 시나리오성 관측까지 흘러나왔다. 11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5029’로 변경할 필요성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시 북한 지역에서 군사력 운용 계획을 담은 것이어서, 북한은 물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다.

◇배경=이 같은 정부·여권의 ‘대북정보 공개’ 드라이브 배경엔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태에서 ‘대북 채널이 없다’ ‘단절이 심각하다’는 질타를 받아온 이명박 정부가 이번 과정을 통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외교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정부가) 뭔가 알고 있다는 과시욕구 또는 자격지심이 발현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강산 관광객 피격 당시 여권에서도 정보기관의 정보능력을 난타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찬’이 이어졌다. 한 당국자는 “결과적으로 운좋게 김 위원장의 열병식 불참, 외신의 보도, 다음날 국회 정보위가 잡히면서 국정원과 청와대가 상황을 파악하고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 참에 대북 및 한·미동맹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화 의원은 “유엔의 감시체계가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비를 해놔야 중국도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던 것을 자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점=하지만 그로 인해 떠안아야 할 대가는 만만찮다. 당장 ‘휴민트(인적정보)’ 라인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중국·북한 내부의 ‘휴민트’를 활용한 사실, “8월 중순 이후 봉화진료소에 승용차와 버스 출입이 늘었다”고 평양 주변의 위성사진과 통신 감청 정보를 취합한 사연들이 마치 ‘무용담’처럼 공개된 때문이다. 1998년 ‘총풍 사건’으로 우리측 ‘휴민트’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20~30년에 걸쳐 구축한 대북 인적정보망이 일시에 붕괴된 전력을 감안하면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이는 국가 신뢰도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처럼 정보의 내용과 출처가 낱낱이 공개되는 국가와 민감한 정보를 교류하고, 그 정보를 신뢰할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동맹국들과의 정보교류는 물론 공동 대응 등에도 교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더구나 이 같은 정보 판단이 ‘틀린 것’으로 결론날 경우 국가 ‘신뢰도’는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수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중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정부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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