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적” 남한에 ‘전술핵’ 꺼낸 김정은···‘강경’ 한·미·일과 역대급 충돌하나

박광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연설에서 밝힌 새해 구상은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핵무력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도발과 한·미·일의 군사적 대응이 맞물리며 올해 한반도 긴장은 역대급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6~31일 평양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보고 형식으로 밝힌 새해 정책방향은 군사·외교 등 대외 부문에 집중됐다. 경제·민생 등 대내 부문을 강조했던 2021년말 전원회의 때와 달랐다. 김 위원장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전원회의 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 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바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북한 무인기 도발 이후 “평화를 얻기 위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을 간접 비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과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올해 핵무력 강화 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못박았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마지막날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며 전술핵 확대가 남한을 겨냥한 것임을 명시했다. 전날과 이날 해당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단행하며 위협을 현실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남한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정권교체되며 (대북정책)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됐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부추겨 한·미 훈련과 확장억제력을 키우는 한국을 원흉이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선 노골적 비난보다는 한·미·일 군사협력 주도와 관련한 경계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 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력 고도화 시도를 정당화하고자 한·미에 정세 악화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조성된 정세는 우리 국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우려스러운 군사적 동태에 대처하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 근본이익을 철저히 담보할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에 배가의 노력을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올해 군사력 강화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신속한 핵반격능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또다른 대륙간탄도미싸일(ICBM) 체계 개발” “최단기간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 발사”가 대표적이다.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ICBM과 올해 4월 준비 완료를 공언한 군사정찰위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에 대해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지난해 9월 ‘핵무력 법제화’ 당시 시사한 ‘핵 선제공격’ 방침도 재확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올해 북한의 도발적 군사 행동은 지난해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이 “강 대 강, 전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에 따른 “실제적인 행동”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올해도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 등을 더욱 격렬히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확장억제력 제공, 한·미·일 군사협력 등을 통한 대북 압박이 전면적으로 강화되는 상황도 올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이 전술핵 등을 동원한 강력한 도발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국지전과 같은 직접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전쟁동원 준비와 실전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라고 강조한 상태다.

홍민 실장은 “북한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무기로 한·미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하나하나 대응할 것”이라며 “더욱 더 과감하고 공세적인 움직임에 따라 위기 수준이 굉장히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올해 안보 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 굴복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상황을 잘못 관리하면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주민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더욱이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새해를 맞아 북한도 잘못된 길을 고집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 번영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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