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정치 무대로 ‘새로운 도전’

안홍욱·장은교 기자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5)를 말할 때 따라붙는 직업 소개다. 박 상임이사가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를 통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새로운 서울을 설계하겠다는 포부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박 상임이사의 이력은 실험과 모험의 연속이었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1975년 서울대에 입학한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세대’다. 그는 그해 김상진 열사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제적된 뒤 이듬해 단국대 사학과에 재입학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980년 사법고시 22회에 합격해 대구지검 검사로 1년여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1983년부터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권인숙 성고문 사건, 미문화원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변호했다.

박 상임이사는 1996년부터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상근하면서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시민운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낙천·낙선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의 실험과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00년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설립해 2009년까지 상임이사를 맡았다. 2006년에는 ‘구호’가 아닌 정책대안을 내놓겠다며 희망제작소를 발족했다. ‘소셜 디자이너’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처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직접 실행해 옮기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가 정치 참여를 깊이 고민하게 된 전환점은 2009년 국가정보원과의 소송이었다. 그는 당시 기업들이 시민단체 재정지원을 못하도록 국정원이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하나은행이 300억원을 투자해 하나희망재단을 만들어 소액대출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중단된 것은 국정원이 뒤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국정원이 소송을 걸었다. 그는 “희망제작소가 운동집단도 아니고 정치적 색채가 없는 단체다. 그런데도 기업 후원을 받아 하기로 한 사업이 끊어졌다”면서 “지금도 강연하러 가면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박 상임이사를 변론했던 박주민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때 박 상임이사가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70%쯤 고민하다가 접었다”는 말이 나온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급박하게 잡힌 서울시장 보선이지만, 박 상임이사는 출마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1차 매듭지은 그는 범야권·시민사회 후보 단일화에도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원장도 이날 박 상임이사와 단일화 논의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분의 확고한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로선 평소 말하던 사회 개혁의 꿈을 펴기 위해 직접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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