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율 정점서 ‘통 큰 결단’

이용욱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서울시장 출마 검토’ 의사를 밝힌 지 5일 만에 물러섰다. 동시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5)의 지지를 선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중의 높은 지지율을 확인했음에도 ‘양보’를 한 것이다. ‘쿨(깔끔)’하게 일찍 매듭지은 안 원장에게는 여러 가지 의문부호가 따라붙지만, 짧은 시간 세상을 들썩이다 뒤로 빠진 그가 대선주자급 반열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의 조기결론 배경은 복합적인 것 같다. 우선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박 상임이사와의 인간적 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은 지 3개월여밖에 안된 고민도 컸음직하다. 그는 “서울대로 옮겨 한 학기만 근무한 만큼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신의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가족들의 반대도 걸림돌이었다고 한다. 사생활 노출도 꺼렸을 수 있다. 당장 출마검토 사실이 알려진 후 일부 언론은 안 원장의 재산 등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정치를 향한 열정 부족도 원인일 수 있다. 안 원장은 “정치로 들어서면 자기 발전의 기회보다는 내가 가진 걸 소모하면서 도와줘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 10년간 그런 삶을 견딜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또 정치권에 발 담그는 순간 반대편으로부터 쏟아질 정치적 공세를 견뎌낼 정도로 강력한 권력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해자문했을 법도 하다. 정치를 시작하기엔 ‘준비되지 않은 현재’를 심각히 고민했을 수 있는 것이다.

관심은 향후 행보에 쏠린다. 안 원장은 박 상임이사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하면서도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무원 신분인 서울대 교수라는 위치를 언급하면서다. 안 원장은 대권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없)다. 고민도 사실 우연히 촉발된 것이라 (대선출마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통큰 양보를 하고 무대 뒤로 물러선 안 원장을 대선주자급으로 한발 더 매김하는 시각도 나온다. 진보적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우월한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양보한 안 원장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판이 바뀔 조짐”이라며 “안 원장의 ‘쓰임’은 또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도 “과연 인물이군요”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선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도 대권을 위한 수순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는 박 상임이사가 맡고, 안 원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안철수 신드롬’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반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치권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안 원장을 향한 대중의 열망은 부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안 원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여야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을 거치면 ‘거품’이나 ‘컨벤션 효과’는 사그라지거나 조정받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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