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안보 마이웨이'

이지선 기자

당 일각에선 ‘왕따’ ‘한국당 패싱’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안보 이슈로 회동하고 공동발표문도 채택했지만, 회동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은 ‘안보 마이웨이’ 행보를 걷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이뤄진 문 대통령과 여야 4당대표간 회동을 “그저 문 대통령의 ‘협치쇼’를 홍보하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안보를 핵심의제로 현안들에 대해 야당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이라며 “북핵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4당 대표들이 청와대 지하벙커인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 회동이 지하벙커 ‘안보 관광’인가”라며 “지금의 대한민국 안보상황이 청와대 여기저기를 구경 다닐 만큼 한가한 상황인가”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 등 자체적 이슈 띄우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향해 “대통령 왕특보의 북핵인식에 대한 마구잡이식 발언을 들어 보면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며 “5000만 국민의 생명이 북핵의 인질이 된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선뜻 내 뱉을수 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고썼다. 문 특보는 전날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북한이 핵미사일 보유한 것은 현실이다. 그 전제 하에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는 말에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구난방식, 온탕냉탕식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이 바로 문재인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을 증명하는 것이고 북한의 핵 문제만큼이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며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해촉과 외교안보라인 쇄신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찾았다. 홍 대표측은 이를 “또다른 의미의 안보행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직접 북핵 외교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다음달 23∼27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조야 지도자들을 만나 전술핵 재배치 등 한국당의 북핵해법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안보 이슈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주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향해 여권이 주도하는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주도할 다른 이슈가 마땅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에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여야정협의체는 대통령의 실정과 책임을 국회와 야당에 전가하는 책임회피기구에 불과할 것”이라며 “국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쇼통’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제의를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결국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이 빠진 상태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순조롭게 굴러갈 경우 한국당만 ‘왕따’가 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한국당의 ‘셀프 패싱’이 계속되면 오히려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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