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이 일회용이라고? 더불어 정치할 동료이자 주체다”

윤호우 논설위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서울 상암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다른 정당의 청년 대표는 모두 임명직이지만, 나는 대선 후보의 임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뽑아준 대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서울 상암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다른 정당의 청년 대표는 모두 임명직이지만, 나는 대선 후보의 임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뽑아준 대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1995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중2 때 교내 체벌 문화에 반발해 자퇴한 뒤 청소년 인권 활동에 참여했다. 중졸·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해 재학 중이다. 15세 때 진보신당에 가입한 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선거권·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 운동도 벌였다. 2019년 당 대변인을 맡은 데 이어 당 혁신위 대변인, 총선기획단 기획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내 활동에 참여해왔다. 정의당 내 독립적인 청년당인 청년정의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2020년 10월부터 맡았고, 지난해 3월 청년정의당 대표에 단독으로 출마해 초대 대표로 당선됐다. 현재 ‘심상찮은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대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의당, 페미니즘·성평등 좀 더 치고 나가서 ‘2022 버전의 심상정’ 각인시켜야
의무공천 할당제와 선거 비용 보전 기준 완화 없이 청년 정치 활성화는 공염불
‘민주 대 반민주’는 낡은 프레임…새 지지층 만들어야 정의당 정체성 업데이트
임명직 청년 대표와 달리 난 선출 대표…정치 통해 세상 바꾸려고 정의당 선택

정의당 안에는 청년정의당이라는 조직이 따로 있다. 정당 내 정당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청년을 미래의 주역으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정의당 청년당원들의 투표로 강민진 대표(26)가 선출됐다. 강 대표는 나이가 적을 뿐, 정당 활동 경력이 10년을 넘는다. 이런 강 대표가 못내 아쉬워하는 게 2020년 4·15 총선이다. 당시 강 대표는 피선거권 연령인 25세 이상 기준에 단 하루가 모자라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다. 강 대표는 새벽 1시에 태어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딱 한 시간’이 모자라 출마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강 대표인 만큼 지난해 말 국회에서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그는 누구보다 이를 반겼다. 이 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위를 통과하자마자 청년정의당은 곧바로 환영 논평을 냈다. 그 직후, 서울 상암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이 청년을 이미지 쇄신용으로 활용하려는 생각보다는 청년 정치인을 동료로 받아들여 함께 정치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대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뷰 말미에 강 대표는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3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번 선거에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청년을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당에서 요청할 경우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당시 대변인)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피선거권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당시 대변인)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피선거권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정개특위 소위 앞에서 법 개정을 호소하고 있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아래 사진은 지난해 말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이뤄진 후 열린 정의당의 자축행사.    청년정의당 제공

지난해 말 국회 정개특위 소위 앞에서 법 개정을 호소하고 있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아래 사진은 지난해 말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이뤄진 후 열린 정의당의 자축행사. 청년정의당 제공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청년 정치인이 일회용이라고? 더불어 정치할 동료이자 주체다”

-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굉장히 의미가 크다. 청년정의당이 오랫동안 노력해 온 것이다. 토론회도 많이 열었다.”

- 이를 놓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냈는데, 그 결과는.

“지난해 9월 기각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기각 사유가 ‘이제 25세 이상이 됐으니 보호할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논리다. 헌재는 이처럼 나이 차별에 대한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당사자들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두 기각시킨다고 한다. 헌법소원을 낸 취지는 다른 청년들이 이런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 법안이 통과됐으니 이제 18세 이상 청년들이 바로 정치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우리 정치는 기성세대가 독점하는 정치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2030세대 청년 의원의 비율이 4~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은 굉장히 과소 대표되는 계층이다. 청년들이 진입하기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내 경선에서, 그리고 인지도에서 불리하고 비용 마련도 어렵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청년이 선거에 출마하기 어렵다. 청년에게는 선거 비용 보전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하향만으로 청년 정치가 곧바로 활성화될 수 없다.”

- 청년정의당에서 특별히 생각하는 정책이 있나.

“정의당은 4·15 총선 때 청년 할당을 해서 비례대표 1번과 2번을 줬다. 각 정당에서 선거 시기에만 청년을 찾는 게 아니라 청년세대의 정치적 과소 대표성을 해결할 책무를 져야 된다. 청년 의무 공천 할당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당이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 중에 일부는 청년 정치 육성에 쓰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 고등학생들이 정치에 물들까 걱정하는 어른들이 있다.

“학생도 시민이다. 학생이라고 해서 투표를 하면 안 된다, 또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선거권 연령은 16세까지 더 낮춰야 한다.”

- 청소년인권활동가로 일하기도 했는데, 청소년의 정당 가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 정당법으로는 선거권을 가진 사람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들도 정당 활동을 할 자유를 누려야 된다. 18세부터 출마를 하려면 그 전에 정당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강 대표는 만 15세 때 진보신당에 청소년당원으로 가입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정당 활동 경력이 10년을 넘는다.

- 청년정의당 대표로서 어떻게 대선 지원 활동을 하나.

“청년정책을 함께 만들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청년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의당 전체 선대위 회의와 청년정의당 선대위에 참석하고 있다. 심 후보와 함께하는 여러 일정도 기획하고 있다.”

-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올린다. 어디에서 하나.

“보통은 휴대전화로 많이 쓴다. 이동을 해야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속성이 있고 가독성, 이런 것이 중요하다.”

- 이재명·윤석열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 미미하다.

“두 달 정도면 정치에서는 뭐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심 후보가 2022년 버전의 새로운 심상정으로 국민들한테 각인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진보정당이 늘 하던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강 대표가 생각하는 대안이 있나.

“진보도 나름의 기득권 또는 관성 같은 것이 있다. 시대가 변하면 진보의 과제도 당연히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가치도 다양화했다. 기존 정의당은 노동 정체성이 강한 정당이었다면 정의당 안에서도 새로운 세대는 젠더·기후위기 같은 일상의 민주주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동성 커플은 왜 결혼할 수 없어?’와 같은 이야기도 저는 정의당이 주저하지 않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너무 페미니즘 의제만 제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은 정의당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되는 방향이다. 이것이 곧 모든 정당의 어젠다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된다. 정의당이 좀 더 용감하고 과감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 그렇게 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위험은 없나.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대선에서 지지율이 안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얻는 게 있다. 관성에만 매몰돼 눈치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의당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면 당의 새로운 색깔, 2022년 버전의 새로운 심 후보의 모습을 국민들 앞에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여론조사에 2030세대 여성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높다. 4050세대가 정의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것에서 달라졌다.

“4050세대 지지자 중 일부는 정의당이 민주당을 비판하면 반민주 세력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지지를 철회한다. 이들은 세상을 ‘민주 대 반민주’로 본다. 그렇게 보는 시대는 끝났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 지지층의 회귀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지만 새로운 지지층을 만들어내 정의당의 정체성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정의당이 해야 할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당내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다.”

-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중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이 등을 돌리는 딜레마가 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 아닌가.

“20대 여성을 지지층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성평등은 그냥 어떤 여성 문제가 아니고 우리 정치에서 중요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것이 주류 의제라는 것을 당이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것에 동의하는 청년들이 정의당을 지지할 것이다. 청년들이 성평등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 상징성 있는 인물을 영입하고 있다. 정의당은 여기에서 예외이다. 지난해 3월 만 35세 이하 청년 당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청년정의당 대표가 맨앞에 섰다. 강 대표는 청년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들 세대에 부동층이 많다.

“기존 정당들이 기성세대 정당이기 때문에 청년들은 마음 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산업화 세대, 민주당 같은 경우는 86세대의 정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자기 경험과 동떨어진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약간 반공적인 프레임으로 발언하거나 민주당이 조국 사태 때처럼 내로남불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도 청년세대에게는 공유되지 않는 프레임이다. 청년들은 사실 나에게 딱 맞는 정당, 내가 계속해서 지지를 하고 싶은 정당, 이런 것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의당은 어떤가.

“정의당의 정체성은 노동·학생 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지금 청년 당원들에게는 옛날이야기다. 지금 정의당을 지지하는, 특히 2030세대 여성들은 그 이유가 4050세대들이 정의당을 지지했던 이유와는 다르다. 이것을 정의당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들을 당의 새로운 주축으로 만들어갈 수 있느냐가 당 업데이트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우리 세대의 관점과 우리 세대의 전선이 정당의 정체성에 반영돼야 한다.”

- 각 정당의 청년 영입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젊은 세대가 평소 정당에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 임박해 영입해서 기용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의 누군가에게 줄을 서고 그 사람 눈치를 보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청년 정치가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한 지 며칠 뒤인 3일, 국민의힘에서 청년 정치인으로 영입한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물었다.

- 신지예씨의 사퇴를 어떻게 보나.

“조동연(민주당), 노재승·신지예(국민의힘)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청년 표를 좇는 데에 급급해 영입했다 표에 도움이 안 되겠다 싶으니 버리는 방식이다. 청년 정치를 쓰다 버리는 티슈처럼 대하는,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기성세대의 행태다. 청년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다가가는 것이 먼저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청년을 이미지 쇄신용으로 활용하려는 생각보다는 청년 정치인을 동료로 받아들여 함께 정치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대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30대 당 대표인 이준석이 당 중진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 혼자 당 대표가 됐지, 국민의힘에 젊은 세대들이 주류로 진입해서 당의 구조가 바뀐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 민주당·국민의힘의 청년 대표들이 방송토론에 출연하는데, 이들과 강 대표를 비교하면.

“다른 정당의 청년 대표는 모두 임명직이다. 나는 청년들이 뽑아준 대표라고 이야기했다. 후보의 임명을 받지 않았다. 어른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청년들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어느 한쪽에 들어가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오랫동안 실패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의당을 선택한 거다.”

인터뷰 막바지에 강 대표는 처음에 받아든 질문을 스스로 되짚었다. 다름 아닌 ‘이제 피선거 연령이 됐는데 출마할 생각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강 대표는 “정치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바람이 있기에 당연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공적인 지위를 얻는 것이 제 소명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언급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정의당에서 한 군데 이상은 적극적으로 청년을 공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직접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

강 대표는 출마할 지역구를 딱히 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또는 서초갑 지역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청년 정치인의 행보를 주목할 이유이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청년 정치인이 일회용이라고? 더불어 정치할 동료이자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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