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의원 “수사·기소 분리로 인권침해 사라진다”

정희완 기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손해를 보는 쪽은 오로지 검찰뿐이다. 혜택은 국민이 본다.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전관예우 등 부정부패가 사라진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60)은 지난 4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사·기소 분리 법안 추진의 정당성을 피력하며 이같이 밝혔다. 황 의원은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몰아준 결과 무리한 수사가 무리한 기소로 연결됐다”며 “막강한 두가지 권한을 가진 검찰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조직이기주의에 국민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잘못된 표현이며 ‘수사·기소 분리’가 정확한 용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경찰 시절부터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대표적인 ‘검찰 저격수’로 불렸다. 이번 법안 추진 때도 당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필요한 이유는.

“우선 언론에서 ‘검수완박’이라 말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수사·기소 분리’라고 부르는 게 맞다. 학계에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아니다. ‘박탈’은 본래 가지고 있던 걸 빼앗는다는 의미인데 수사권은 원래 검찰 몫이 아니었다. 과거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입법자들이 일시적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했다. 기본적으로 막강한 국가권력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에 몰아주면 안 된다. 수사한 사람이 기소까지 한다면 수사의 오류, 무리한 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의 잘못을 걸러내지 못한다. 수사하는 사람은 ‘유죄 확증편향’을 갖게 된다. 어떻게든 유죄를 만들고 싶어한다. 누군가 객관적·중립적 입장에서 이를 걸러줘야 한다. 검사의 본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가 단절되는 건가.

“오해다.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거다. 두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수사·기소를 분리해도, 복잡하고 난해한 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검사가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 대규모 부패 사건이나 고도로 지능화된 경제 사건 등이다. 경찰이 기소권을 가진 검사에게 사건 초기부터 내용을 알지 못하면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니 참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 수사팀의 일원이 될 수 있고, 검사가 한발 떨어져 의견을 제시하거나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다. 검사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핵심 증거들을 준비할 수 있다. 검경이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합동수사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검찰은 경찰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 법에 ‘권한’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봉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로운 수사기관은 언제, 어떻게 설립한다는 구상인가.

“현재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통과되면 실제 시행까지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 이 기간에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중수청 등의 신설도 논의할 예정이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담당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될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 등 국민의힘의 여러 의원도 이미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한 바 있다. 곽 전 의원은 법안 발의까지 했다. 내가 지난 2월 중수청 설치 법안을 발의할 때 곽 전 의원의 법안을 많이 참고했다. 여야 간 이견이 있을 게 없어 조금만 협의하면 금방 결론을 낼 수 있다.”

-향후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도 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인지.

“수사·기소 분리만 해도 쟁점이 많다. 지금 영장 청구권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개헌이 논의될 때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본다. 다만 세계 어느 나라도 헌법에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명시한 곳은 없다. 검찰은 1960년 4·19혁명 이후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이 헌법에 명시됐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히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헌법을 개정하면서 넣은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추진이 ‘수사 방어용’이라고 비판한다.

“검찰은 스스로 검사의 존재 이유와 명분을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검사 시절 그렇게 얘기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면 혜택 보는 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쪽이다. 우리가 아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도 허울이다. 검찰의 원전 수사와 ‘울산시장선거 하명 수사 의혹’ 수사 등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터무니없는 정치 수사다. ‘청와대보다 우리의 힘이 더 세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포장했을 뿐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시스템이었다면 누가 수사를 담당했든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소 기관이 사전에 걸렀을 거란 얘기다. 검찰이 결론을 정해놓고 무리한 수사를 통해 나를 기소했다. 엄청난 인권침해다. 수사·기소 결합의 폐해를 생생하게 겪었다.”

-경찰에 사건이 몰려 적체 현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경찰 업무량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난 건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는 과정이고 수사환경 등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인력을 늘려야 했는데 변화가 없었다. 검찰 수사인력을 경찰로 이관해야 했다. 수사·기소 분리 후 경찰 업무량이 일부 가중될 수 있지만 특별히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이 해온 수사는 물론 꼭 필요한 수사도 있었겠지만 과잉 및 먼지털기식 표적 수사가 많았다. 일각에서 ‘범죄의 총량을 줄여야지 수사의 총량을 줄여서 되겠느냐’고 말하지만 오해다. 범죄 포화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일정한 사회환경 속에서는 일정량의 범죄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사권을 늘려도 범죄량은 일정하다. 범죄의 총량을 줄이려면 수사권을 통해 형벌제도를 강화할 게 아니라 사회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은 불필요한 수사가 많은 처벌 과잉국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경찰의 비대화와 사법통제 불가능 우려가 나온다.

“경찰 비대화는 전제가 잘못됐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다만 양보해 비대화 우려가 제기됐을 때 대책을 마련하자는 건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도 여러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가장 강력한 통제수단은 검사의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이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시정 요구 등 여러 통제장치가 살아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이를 보완하는 방안은 논의 가능하다. 이를 전제하지 않은 다른 의견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 말한다.

“검찰수사권이 사라지면 손해나 피해를 보는 쪽은 검찰밖에 없다.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전관예우 등 부정부패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많은 선진국에서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왜 운영하겠나. 검찰이 조직이기주의에 국민을 무리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박찬대(오른쪽)·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5일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박찬대(오른쪽)·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5일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검사 중 일부는 사회정의에 기여하기도 한다. 다만 어떤 검사든 일단 자신이 속한 조직이 힘이 센 권력기관이길 원한다. 검찰이 가진 힘의 원천은 수사권이다. 수사권을 못 가진다고 하니 전부 반발하는 거다. 조직의 이익 앞에서 똘똘 뭉쳤다고 보면 된다. 반발의 가장 큰 원인은 검사들의 이익인 권력과 금력이 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에 있으면 누구라도 검찰을 두려워한다. 기업에서 특급대우를 하며 검찰 출신 변호사를 모셔가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퇴임 후에도 권력의 단맛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전관예우를 통해 돈방석에 앉는다. 모두 기소권을 가진 상태에서 수사권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향후 중수청은 그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일부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찬성하면서 실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위헌 주장이 가능한 부분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의하고 보완할 수 있다. 수사·기소의 분리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찰이나 대법원 법원행정처, 국민의힘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꼭 지금이어야 하나.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 ‘왜 급하게 하냐’고 하는데, 논의는 충분히 숙성돼왔다. 정책적 결단만 남은 상태였다. 물론 세부사항은 심사과정에서 다듬을 필요가 있다. 7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수사·기소의 결합으로 여러 폐단이 발생했다. 이제 분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다음 정부로 넘기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 사실상 무산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면 2단계 검찰개혁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 자리에 직행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검찰공화국’이 현실화될 수 있는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법안을 처리하면 독주, 독선 이미지가 강해져 6·1 지방선거에 불리할 수도 있다.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어느 쪽이 지지층을 더 결집할 것인지가 승패를 좌우했다. 민주당 당원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사전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주당 대의원들의 90% 이상이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4월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선거 전에 법안 처리를 안 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진다. 또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대의 앞에서 선거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었다. 검찰의 집단 반발이 당내 신중론을 유지하던 분들마저 움직이게 했다. 검찰이 입법권에 도전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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