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진 ‘협치 대통령’ 짙어진 ‘검찰 대통령’

심진용 기자

‘인사 마이웨이’의 부작용

‘검사 출신 중용’ 뜻 안 굽혀
여당 내서도 “과하다” 우려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최초의 ‘0선’ 대통령,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역대 최소 득표율 차 대통령 등의 기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연이은 검찰 출신 인사 기용으로 ‘검찰 대통령’의 모습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그간 강조했던 ‘협치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흐릿하다.

윤 대통령은 9일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요직에 검찰 출신을 대거 배치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 중 검찰 출신만 12명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선출직을 지낸 검찰 출신 인사까지 더하면 15명에 이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적재적소 인사라며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검찰 출신 인사 다수가 윤 대통령과 ‘특수통’으로 오래 인연을 맺은 끈끈한 사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한층 더 크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약화하고,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가 정부 경직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본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치’ 약속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과 ‘의회주의’를 강조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사이 파열음은 이후 더 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 등 인사 고비마다 충돌이 이어졌다.

대통령령 개정으로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을 강행한 데 대해 야권은 “국회를 무시한 독주”라고 반발했다.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를 두고 윤 대통령이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반응하자 민주당은 “대통령이 단순 논리로 국민 갈등을 증폭시켜서야 되겠느냐”며 “정부의 국민통합과 협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시정연설 당일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함께하는 만찬을 추진했지만, 민주당 측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현안 논의를 위해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추경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추가로 논의하자”며 만남을 거절했다. 각각 한 차례씩 만남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6·1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언제 만남이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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