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미 고위직 6명…경력·전문성 등 윤 정부와는 달라

이효상 기자

윤 대통령 “미국도 그렇다”…바이든 정부 살펴보니

3명은 법률 관련 업무…검찰 경험 뒤 전문성 키운 사례 많아
이민자·여성 등 다양성도…‘함께 일한 사람’·‘서오남’과 차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수완판’(검사와 수사관의 완전한 판) 인사 비판에 대해 “미국이 그렇게 한다”며 반박한 것을 두고 한·미 양국의 제도 차이를 간과한 무리한 비교라는 비판이 9일 나왔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초기 고위직 인사를 비교하면 다른 점이 도드라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률가는 법률 업무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20일 이후 100일간 대통령직 승계순위 15위 안의 주요 부처 30명의 고위직 인사가 상원 동의를 받아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연방검사보(평검사)로 활동하거나 선출직으로 검찰총장 역할을 겸임하는 주 법무장관을 지냈다. 내각의 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120여개 자리 중 검찰 출신을 14명 임명한 윤석열 정부보다 검찰 출신 비중이 높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결이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검사 출신 6명 중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70), 리사 모나코 법무부 차관(54), 리처드 자우버 보훈부 장관 법률고문 등 3명은 법률 관련 업무를 맡았다. 갈런드 장관의 경우 검찰 근무 경력이 있지만 판사 출신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30대 때 3년간 연방검사보를 지내고 빌 클린턴 행정부 때 4년간 법무부 차관보를 맡았지만 이후 24년을 판사로 일했다. 자우버 고문 역시 1980년대 7년간 검사로 활동한 이후 20여년간 변호사로 일해 검찰 색이 옅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63),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63), 하비어 베세라 보건부 장관(64)은 법무·검찰 경력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부처의 장을 맡았다. 검찰 밖에서 쌓은 전문성이 인선 배경이 됐다.

연방검사, 미시간주 법무장관을 지낸 그랜홈 장관은 이후 8년간 미시간 주지사로 일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두 차례나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그랜홈 장관의 에너지 분야 전문성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인정한다. 상원에서 그랜홈 장관 후보자 인준안은 찬성 64, 반대 35로 통과됐다.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키운 사람들

이들 6명의 법무·검찰 경력은 10년 안팎으로 짧다. 검찰을 나와 국정 주요 보직으로 직행하기보다는 단계를 거쳐 경험을 쌓은 경우가 많다. 연방검사에서 선출직인 주 법무장관을 거쳐,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그랜홈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6명 중 검찰 경력이 12년으로 가장 긴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검찰에서 퇴직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쿠바 이민자인 그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수민족 변호사 50인’에 꼽혔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에 합류했고, 이듬해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 국장에 임명됐다. 이민자 정체성을 살려 이민 분야 일을 맡은 이후 단계적으로 경력을 쌓았다. 오바마 행정부 2기 때는 테러·국경경비·이민관리 등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차관에 올랐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라틴계 이민자 최초로 국토안보부 장관이 됐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 정부가 집권할 때 주로 중용됐다. ‘대통령의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사람들’인 셈이다.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때 법무부 차관보로 발탁됐고, 오바마 행정부 때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모나코 법무부 차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찰 인맥을 국정 주요 보직으로 대거 직행시킨 윤석열 정부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다양성 vs 서·오·남

윤 대통령이 ‘미국식’을 강조하면서 정작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인선 기준인 ‘다양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임명한 30명의 고위 공직자 중에는 최초 타이틀이 붙은 사람이 많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라틴계 이민자 최초의 국토안보부 장관이고, 캐나다계인 그랜홈 장관은 미국 이외 지역 출신 중 최초의 에너지장관이다. 여성이 14명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닌 사람이 10명에 달했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중심인 윤 대통령의 인선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