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권력구도는 '천하제일무술대회'···'계파 흐릿' '검찰 전진' '이무기는 여럿'

박순봉 기자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전국 단위 선거 3연승을 기록한 여권에는 ‘이무기급’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폭 늘어났다. 여권 내 세력 집단들도 친윤석열계, 친이준석계, 친안철수계에 더해 검찰 그룹까지 추가되면서 다양한 축을 이루고 있다. 선수군도 두터워지고 세력들도 다양해졌지만,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지 않다. 아직 패권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권 권력 지형은 여러 출전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천하제일무술대회’에 비유할 수 있다.

여권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올해 3·9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하면서 선수군들을 두텁게 키워냈다. ‘4선’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하면서 정치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연이어 두 번의 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유력 대선 주자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 대표는 일부 위기 상황도 있지만, 선거를 승리로 이끈 대표이자 젊은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한 장관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국민의힘에 합류한 안철수 의원 등 중량급 기존 대선 주자들도 있다.

선수군은 늘어났지만 아직은 이무기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어느 한 주자도 여론조사 지지도가 압도적이거나 당내 세력이 충분하진 않다. 오 시장은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뚜렷하지 않고, 이 대표 역시 소수의 지분만 가진 당내 비주류이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이방인’에 가깝고, 홍 당선인 역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내 세력 부족이란 한계점을 드러냈다. 한 장관은 아직 정치인으로서 세력을 형성할 기회가 없었고 검증도 받지 않았다.

여권 내 계파 혹은 세력들도 다양해졌다. 당내에서 가장 큰 그룹은 친윤석열계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도운 측근 인사들이다. 이외에는 소수 그룹으로 친이준석계, 친안철수계 등이 있다. 당내는 아니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 전면 배치된 검찰 출신들도 별도의 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세력들의 입지도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슷비슷하다. 대선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렸던 친윤석열계 그룹도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친윤 모임으로 낙인찍힌 ‘민들레’(민심들어볼래)는 출범도 하기 전에 사조직 비판을 받으며 힘이 빠졌다. 한 계파가 커지려고 시도하면 집중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여권에서 특정 세력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배경에는 ‘계파 불가론’이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라져 싸웠던 과정을 당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의원들은 계파라면 무조건 안 된다는 분위기”라면서 “계파색이 옅은 김기현 의원이 지난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계파가 붕괴되지 않았다면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탄핵이 되고도 (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가 당선될 만큼 계파는 끈질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 그룹의 세력화 가능성에 대해서 “대통령실에 기용된 검찰들이 다음 총선 때 출마하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언론이나 당내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양대 축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민심의 바람에 힘입어 당대표가 됐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해 입당해 대선 후보까지 올랐다. 당내 세력을 확고히 할 시간적 여력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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