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정비 ‘산’으로 가나...국토부와 경기도 “각자도생”

송진식 기자    류인하 기자

원희룡 “5개 지자체장 간담회”, 김동연 ‘패싱’

김 지사, “전담조직 만들어 계획 마련” 응수

특별법 놓고 정치권 싸움으로 번질 수도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3일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3일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경기도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각각 재정비를 위한 전담조직을 꾸리고 재정비 방안을 연구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상대방과 대화나 협력하기보다는 ‘패싱’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회에서 입법이 논의될 ‘1기 신도시 특별법(가칭)’에서 재정비 주도권을 누가 갖을지를 놓고 정치권 내 여·야 대립 구도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5개 지자체장 간담회” VS 경기도 “그럼 우린 따로”

25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예고한대로 오는 8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청취 및 지원 등 재정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1기 신도시가 속해있는 성남(분당)·고양(일산)·안양(평촌)·부천(중동)·군포(산본) 등 5개 지자체장이 참석한다.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1기 신도시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지사와 협의나 논의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김 지사를 사실상 ‘패싱’하고 지자체장들과 간담회 일정을 잡자 김 지사는 곧바로 ‘도내 전담팀 개설’을 띄웠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분당의 한 노후 아파트 현장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찾아 “도지사 직속으로 전문가 중심의 전담 조직을 만들겠다”며 “5개 신도시와 시도의원이 참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 시별로 시민 20명씩 총 100명이 참여하는 ‘시민협치위원회’도 만드는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연구원에서 지난 2월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 연구’에 착수했고,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8월 초 ‘1기 신도시 재정비 개발방향 종합구상’ 용역을 시작했다”며 “재정비 사업에 필요한 재정지원과 노후화 현황 실태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전담팀을 만들고 자체 정비방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간 각자도생 문제가 됐다. 국토부 역시 “2024년 내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겠다”며 연구용역 발주 등 본격적인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대로라면 국토부와 경기도에 모두 전담팀이 생기고, 각자 연구용역을 하며, 별도의 정비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원 장관이 김 지사를 향해 “권한도 없으면서 얄팍하게 정치한다”고 비난하면서 시작된 국토부와 경기도간 갈등이 각자도생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맨 우측)가 24일 분당의 한 노후아파트를 찾아 주민들로부터 민원내용을 듣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맨 우측)가 24일 분당의 한 노후아파트를 찾아 주민들로부터 민원내용을 듣고 있다. 경기도 제공

■업계 “도지사 권한 없진 않아”, 정치권 다툼으로 확산되나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수립권자를 특별시장, 대도시(인구 50만명) 시장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장은 기본계획 수립 시 관계 행정기관의 장(국토부장관)과 협의하게끔 돼있다.

이에 따르면 김 지사는 기본계획 수립권자가 아니다. 다만, 대도시가 아닌 도시의 경우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산본이 속한 군포(인구 26만여명)가 이에 속한다. 이때문에 원 장관 언급처럼 김 지사의 권한이 없는건 아니라는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업무중첩 및 효율성 저하, 개별 계획안 마련에 따른 혼선 가중 등 1기 신도시 문제가 ‘산’으로 갈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1기 신도시 문제가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 내 여·야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총 29만여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일제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건국 이래 기존 도심에서 이같은 규모의 동시 재정비 사업이 벌어진 사례가 없다. 이때문에 가칭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한다는게 윤석열 정부의 계획인데, 특별법에서 사업의 주도권을 누가 갖게될지가 관건이다. 국회의 다수당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실제 김병욱 의원은 김 지사와 동행한 현장에서 자신이 발의한 ‘노후 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소개하며 “특별법을 통해 국토부 장관을 거치지 않고 경기도지사가 신도시 재정비안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국토부(정부)를 ‘패싱’하고 사업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여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돼 여·야 다툼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