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우 민병대장, 의사당 폭동 관련 ‘정부전복음모’ 유죄 평결

김재중 기자
미국 극우 민병대 오스 키퍼스의 창립자 스튜어트 로즈.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미국 극우 민병대 오스 키퍼스의 창립자 스튜어트 로즈. |AP연합뉴스

미국 극우 민병대 ‘오스 키퍼스’ 창립자 스튜어트 로즈가 지난해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워싱턴 연방의사당 습격을 기획·선동한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로즈는 1·6 폭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미국 법무부가 재판에 부친 피고 가운데 가장 거물급 인사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29일(현지시간) 정부전복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로즈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연방지법은 지난 1월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로즈에 대해 7주간 재판을 진행했으며, 배심원단은 3일간 로즈의 유무죄 여부에 대해 숙의를 거친 다음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로즈와 함께 기소된 오스 키퍼스 플로리다주 지부장 켈리 메그스도 정부전복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다른 3명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로즈 등 5명의 의회 의사진행 방해 혐의에 대해선 모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정부전복음모죄는 남북전쟁 시절 도입된 것으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 죄목이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1995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 미수 사건이 마지막이었다.

검찰은 재판에서 로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11월 대선 직후부터 동료들과 “유혈 내전”을 대비하기 위해 논의하고, 오스 키퍼스 회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을 막기 위해 “반란을 일으켜야 할 수도 있다”고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로즈와 오스 키퍼스 동료들이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워싱턴으로 오는 도중 자동소총과 탄약 등 무기류 구입에 수천달러를 썼으며,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호텔에 이 무기들을 비축해 놓았던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해당 무기가 워싱턴에 실제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로즈는 필요시 즉각 사용될 수 있도록 ‘긴급대응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로즈는 1·6 폭동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최종 승인하는 것을 막겠다며 의사당에 습격했을 당시 의사당 안에 직접 발을 들이지는 않았다. 다만 군복 차림으로 의사당 밖에서 폭동을 지켜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 등에 포착된 바 있다. 로즈는 자신은 의사당 습격을 지시하거나 정부 전복을 기획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재판에서 의사당 습격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선참모’로 알려진 로저 스톤 등 우익 고위인사들이 위험에 처할 경우 그들을 보호하려는 용도로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로즈와 오스 키퍼스 간부들이 의사당 습격 사건이 있던 날 식당에 모여 축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백악관에서 나오지 말고 버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오스 키퍼스 회원이 FBI에 제보한 녹취 파일을 보면 로즈는 동료들에게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자리에서 밀려나는 불법을 용인한다면 우리가 총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의 변호사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즈는 육군 공수부대원 출신으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다음 2009년 미국 헌법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서 오스 키퍼스를 창설했다. 열렬한 총기 소유 옹호론자이기도 한 로즈는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부의 개입을 ‘악’으로 보는 자유지상주의를 신봉한다.

미국 법원은 다음 주 다른 오스 키퍼스 회원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의 우두머리였던 유명 극우인사 엔리케 타리오에 대한 정부전복음모 재판도 곧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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