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입’ 따라 세 번 바뀐 검찰 수사···기동민·이수진 의원 등 기소

이홍근 기자
‘김봉현 입’ 따라 세 번 바뀐 검찰 수사···기동민·이수진 의원 등 기소

검찰이 ‘라임 몸통’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이수진 의원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2년8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기동민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기 의원은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총선자금과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기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기 의원은 2014년 4월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며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와 관련해 서울시에) 전혀 영향을 못 미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 의원이 받는 혐의의 공소시효(7년)가 오는 27일 일부 도래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의원은 2016년 김 전 사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과 김갑수 전 부대변인도 이들로부터 각각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공모해 기 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1억6000만원 상당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2020년 4월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2020년 4월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 진술 의존한 기소” 야당 정치인 반발

기 의원 등의 금품수수 의혹은 2020년 6월 김 전 회장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김씨는 같은 해 3~4월 측근과의 통화에서 “2016년도 선거 때 민주당 김모 의원, 장관 인사. 부산에 모 유력 의원.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라며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 장관 김영춘이야”라고 말했다. 또 “그리고 저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 할 때”라고 했다. 녹취록에는 김 전 부대변인과 기 의원, 이 의원이 필리핀 리조트에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검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불러 수사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검찰이 민주당 정치인을 표적 수사했으며 이 대가로 보석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기존 주장을 뒤집었다.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검찰에) 야당(국민의힘) 쪽 로비도 얘기했지만 여당(민주당) 정치인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최근 김 전 회장이 입장을 또다시 번복하면서 또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전 회장은 전자장치를 끊고 한 차례 도주한 뒤 붙잡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선고 이후 ‘검찰이 회유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A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주 A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회장의 입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수사 방향이 3차례 조정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 발표와 진술 번복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과거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사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기소된 의원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기 의원은 입장문에서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는 거짓된 조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의심해야 한다”며 “검찰은 믿을 수 없는 탈주범, 30년형을 받은 범죄자에 의존해 거짓의 세계에 몸을 담았다”고 했다. 이 의원도 “검찰은 거짓 진술, 오락가락 진술에만 의존해 저를 기소했다”며 “정치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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