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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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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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특별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은 “총선에서 내리 두 번 떨어지고 나서야 (10년 전) 서울시장 자리를 건 내 행동에 시민들이 느낀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의 정치공백기 동안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서 “억울한 사람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은 사회, 뒤처진 사람들이 계속 뒤처지도록 놔두지 않는 정치, 이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선명해졌다”고 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지난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특별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은 “총선에서 내리 두 번 떨어지고 나서야 (10년 전) 서울시장 자리를 건 내 행동에 시민들이 느낀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의 정치공백기 동안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서 “억울한 사람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은 사회, 뒤처진 사람들이 계속 뒤처지도록 놔두지 않는 정치, 이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선명해졌다”고 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박원순 전 시장, 내가 지정한 재건축·재개발 다 뒤집어…피눈물 흘렸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자들 역적…주거 상향 욕구 정치로 누르지 말아야
도심·한강 개발, 녹지 늘리고 생태계 복원…반환경적 비판 동의 못해

내가 정치하는 이유?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진정한 성공 위해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 집무실 벽면 글귀 매일 보면서 마음 다져
이준석·유승민과 함께해야…그분들도 애정 갖고 대통령·당 비판하길

롤러코스터 인생이다. 201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62)이 스스로 내건 승부수(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문에 서울시 청사를 떠났을 때, 그의 정치인생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10년의 와신상담. 그리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최초의 4선 서울시장 기록도 갖게 됐다.

그는 차기 대권 주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벌이며 ‘극단적 우클릭’ 행보를 이어갈수록 그의 중도 이미지는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에 가점 요소가 되고 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서울시 주요 슬로건도 ‘약자와의 동행’이다. 사법, 입법, 행정을 모두 경험한 것도 강점이다.

그가 돌아오면서 10년간 서랍 속에서 잠자던 ‘오세훈표’ 도시정책들도 재개되고 있다. 15년 전 ‘한강 르네상스’를 잇는 한강 개발은 물론이고, 규제를 완화한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활기를 띤다. ‘보여주기식 혈세 낭비 토건사업’ ‘환경 파괴’라는 비판도 듣는다.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6일 오 시장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6. 서성일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6. 서성일 선임기자

-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왔어요. 시정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종전과 달라진 게 있습니까.

“좀 경건해졌어요. 10여년 전만 해도 저는 ‘남의 말 안 듣는다’ ‘저 혼자 똑똑하다’ ‘건방지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는 리더십이었죠. 내가 옳다고 판단하면 막 밀어붙였으니까요. 지금은 최소한 그런 얘기는 듣지 않습니다(웃음). 신중해졌죠. 시민들의 동의를 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데도 최선을 다합니다.”

- 왜 달라진 것 같나요.

“제가 11년 전에 중도 하차했잖아요. 그 직후부터 굉장히 마음 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핵심 공무원들이 저와 시정철학이 다른 새 시장(박원순)이 와서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걸을 때, ‘전임 시장이 했던 일에는 이런 뜻이 있었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5년간 열심히 일궈온 시정이 전부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 공무원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습니까.

“몹시 큰 충격과 함께 상처를 입었죠. 지금은 이미 시청을 떠난 분들입니다.”

- 2011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장 자리를 걸었던 일을 후회하나요.

“시장직을 건 부분을 후회하죠. 그렇게 (시정이) 과격하게 뒤집힐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 결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10년간 멈춰 있었습니다. 10여년 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저는 ‘조금만 기다려. 우리는 도시를 새로 건설해!’ 하며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갔다가 엄청 벌어진 격차를 실감하곤 충격을 받았죠.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는 도시를 완전히 재정비해 디자인적으로 매우 앞서가면서 산업을 촉진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간이 재편돼 있었어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한나라당 개혁소장파를 이끌며 정치자금법 개혁을 주도했다. 2006년 45세에 역대 최연소 민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고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8월 야권이 주도한 무상급식을 막기 위해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다가 낙마했다. 투표율(25.7%)이 개표 기준(33.3%)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장직 진퇴 여부 연계 방침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 방울이 빰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장직 진퇴 여부 연계 방침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 방울이 빰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뭘 했나요.

“2012년 영국을 시작으로 수년간 해외에 머물렀습니다. 미완의 상태로 시장직을 그만두니 아쉬움이 컸죠. 위장병, 대상포진, 디스크 등 몸도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얼 제1의 목표로 삼고 일해야 할까’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시작했죠. 마침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장기자문단에 지원해 중남미 페루와 동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봉사할 기회를 얻었어요. 제 질문에 대한 답을 확고히 찾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했길래요.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페루 수도 리마와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시청에서 환경, 도시행정, 법률 분야에 대해 자문했어요. 쉬는 날에도 지방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했고요.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라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아무것도 없는 자원빈국 르완다의 아이들이 신발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제 생각도 점점 뚜렷해졌죠.”

- 어떻게 말인가요.

“억울한 사람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은 사회, 뒤처진 사람들이 계속 뒤처지도록 놔두지 않는 정치, 이것이 정치인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선명히 갖게 됐어요.”

재기는 쉽지 않았다. 2016년 총선(종로),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 2020년 총선(광진을)에 나섰지만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오 시장은 “내가 선거에서 떨어질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고 오만했다”며 “총선에서 내리 두 번 떨어지고 나서야 서울시장 자리를 건 내 행동에 시민들이 느낀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했다. 민주당이 보궐선거 귀책사유를 제공한 터라 ‘운’도 따랐다.

- 서울시 핵심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웠어요. 특히 계층사다리(주거·복지·교육 사다리) 복원에 관심이 많다고요.

“부익부 빈익빈, 빈곤의 악순환, 빈부 격차의 대물림을 끊는 게 정치인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서울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두를 보듬어안고 미래로 가는 토대 구축이 중요해요. 제가 그것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기존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안심소득’과 교육사다리인 ‘서울런’(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시작한 이유죠.”

- 서울런은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까.

“성실히 공부해서 내 인생과 우리 가정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단, 소득 하위 25% 이하 자녀들이라면 누구나 합류할 수 있어요. 무료로 대형 학원 일타강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교재도 제공받죠. 하지만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이 강의조차 들을 짬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도 덕분에 꿈을 갖게 됐고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는 친구들이 꽤 나오고 있습니다(웃음).”

이런 뜻을 품은 데는 개인사 영향도 있다. 훤칠한 외모로 인해 금수저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서울 삼양동 판자촌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 가난의 설움도 숱하게 겪었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가난을 이기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당부했다. 법대(고려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오 시장은 “장남(1남1녀)으로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면 사법시험을 통과하든 뭐든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7월 민선 8기 첫 민생 현장방문으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7월 민선 8기 첫 민생 현장방문으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 오 시장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사업 초기부터 시가 조합 등과 협의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시키는 재개발·재건축 기획)과 ‘모아주택’(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에요.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신통기획과 35층 규제를 폐지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수혜를 받는 압구정, 여의도, 용산, 목동 아파트값이 폭등했어요. 모순 아닌가요.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시장의 업보죠. 그들의 부동산 정책이 지금의 앙등을 낳은 겁니다. 새집에 대한 수요로 인해 끊임없이 공급해도 값이 오를 수 있는 게 부동산이에요. 그런데 심지어 공급을 안 했어요. 서울엔 더 이상 지을 공간이 없고요. 그러면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민주당 정부는 그걸 죄악시했습니다. 박 전 시장이 결정적으로 잘못한 일은 제가 지정해놓은 재개발·재건축 지구를 다 취소한 거예요. 이런 것들이 나에게 피눈물 나게 한 거예요.”

그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이) 내버려만 뒀어도 지금보다 양질의 주택이 훨씬 더 많이 공급됐고 그러면 일본의 전례에 비춰볼 때 훗날 슬럼화 위험까지 내포한 3기 신도시를 만들지 않았어도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민주당에 세뇌시킨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과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큰 역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70억, 80억 아파트가 왜 생겼겠습니까? 주거 상향 욕구는 늘어나는데, 그 욕구를 정치로 눌러놓으려고 하니 되겠습니까? 불로소득 아니냐고요? 빈대 잡으려고 초가집 다 태워야 합니까? 기부채납, 임대주택 의무 비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제가 할 수 있는 장치는 다 해뒀지만 그 와중에도 부자가 더 부자 되는 건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활용해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일이에요. 그래야 집값이 잡혀요.”

- 대관람차 건립, 노들 예술섬 조성, 수상버스 등으로 이뤄진 ‘한강 르네상스 2.0’과 용적률을 높여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요. 이에 대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해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정반대로 가는 보여주기식 토건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엄청나게 잘못 알고 있는 거죠. 서울은 도심 속 공원녹지가 턱없이 적어요. 그래서 용적률은 많이, 건폐율을 낮게 줘서 건물을 날씬하게 위로 올리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땅을 받아낼 수 있고, 거기에 녹지를 만드는 거죠. 언론에는 만드는 것만 나오지만, 한강 르네상스도 회복과 창조 양축이 있어요. 15년 전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의 결실로 지금 한강은 맹꽁이, 도롱뇽, 수달 등 다양한 생물종이 살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복구됐어요. 잔디와 수십만 그루의 나무도 즐비하고요. 한강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반환경적이란 말은 맞지 않아요.”

-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이 올해 12월부터 서울에서 우선 실시돼요.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은 “(월급을) 100만원까지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고,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민간업체 한 곳은 이들의 숙소로 1평짜리 고시원을 마련했다고 해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는 차치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심각한 속에서 정부가 나서 동일노동·차별적 임금을 주도하는 게 정상적일까요.

“숙식을 해결해주면 100만원을 줘도 그분들은 50만원을 고향에 부칠 수 있어요. 그 50만원이면 고향 가족 모두가 먹고살 수 있죠. 세상에서 제일 큰 인권은 먹고사는 겁니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면 알아요. 생존이 얼마나 큰 인권인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거 사우디, 독일에서 그렇게 돈 벌어서 이 나라를 만들었어요. 그러니 우리 기준으로 그들의 인권을 얘기하지 말아야 해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4월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4월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화제를 바꿨다.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독선적이고 이념적으론 극우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저도 부족하지만 누구라도 제 앞에서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의 책임은 대통령과 당 중 어디에 더 있다고 보나요.

“이미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저도 미리 호불호를 드러낸다거나 눈치채게 한다거나 해서 (아랫사람의) 말문을 막는 일이 있겠죠. 최대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윤 대통령이 선거 참패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이념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대통령이 정말 달라질까요.

“저는 바뀌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고 싶고요. 사실 윤 대통령이 민생을 안 챙기시는 게 아닙니다. 약자와의 동행에도 관심이 많으세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스타일이죠. 그런데 강렬하고 논쟁적인 내용이 뉴스가 되다 보니 대통령의 이념 발언들이 도드라지게 대중에게 전달된 거라고 생각해요.”

- ‘친윤’ 일색으로 꾸려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다른 위원들은 개인적으로 모르고, 오신환 위원의 경우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제게 부탁했어요. 아주 완강하게 고사한다며 도와달라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화해 설득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당 안팎에서 그가 정치를 모른다며 가볍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저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아요. 생각이 깊은 분이죠. 저는 그분이 뭔가 일을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6. 서성일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6. 서성일 선임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징계 취소 처분을 건의한다는 혁신위 1호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단 한 표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은 다 함께해야 합니다. 정치권 상식이에요. 공천을 주느냐 여부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도 애정을 바탕으로 대통령이나 당을 비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 경계를 넘나들어요. 그렇게 해선 상대방에게 진정성이 도달하지 않죠. 제가 이 전 대표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두 번 조언했는데 듣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참 실망이 컸습니다.”

- 2027년 대선 출마에 대해 국감에서 시인도 부인도 안 했지요. 앞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 도전 의사가 강했던 것으로 아는데,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까.

“그에 대한 답변은 할 수 없어요. 긍정하는 순간 출마선언이 되니까요. 대신 왜 정치를 하려는가에 대한 답변을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로 대신할게요. 이 시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그것을 하기 위한 효율적인 자리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치 아니겠어요?”

오 시장은 “시장을 네 번째 하면서 지금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한쪽 벽면에 걸린 글귀를 손으로 가리켰다.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쓰인 붓글씨였다. 오 시장이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거주하는 장애인 어르신이 친필로 써준 글귀라고 했다. 오 시장은 “매일 보며 마음을 다진다”고 말했다.

박주연 논설위원

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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