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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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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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씨

2018년 7월부터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직장명 등의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사이트에 올려온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사당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을 받은 구씨는 “얼굴 등 신상 공개에 대한 부담감으로 밀린 양육비를 주던 비양육자들도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양육비를 안 주려는 움직임을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2018년 7월부터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직장명 등의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사이트에 올려온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사당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을 받은 구씨는 “얼굴 등 신상 공개에 대한 부담감으로 밀린 양육비를 주던 비양육자들도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양육비를 안 주려는 움직임을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판결 후 다시 양육비 안 주려는 움직임…앞으로 누가 나설 수 있을까
미투·학폭 가해자 공개…사적 제재니 하지 말라고 하면 모두 숨죽여야
여가부 사이트엔 얼굴 사진 없이 공개…효과 없자 주던 사람도 끊어
국가의 양육비 선지급 법안 등 국회 계류…통과 땐 숨통 트일 텐데 답답
‘코피노아빠찾기’ 하다 ‘배드파더스’와 연결…후회라기보다는 현타 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사실상 세계 꼴찌로,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아이 하나하나가 국가의 존립을 지탱하는 귀한 생명줄인 셈이다.

그럼에도 아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호막은 여전히 얇다. 여성가족부 ‘2021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에 해당하는 한부모 가족의 80.7%가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고 있고, 72.1%는 단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 2021년 기준 국내 한부모 가구는 151만(통계청). 한부모 가구의 빈곤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속에서 최소 100만명의 아동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을 통해 양육비를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4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본창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지만 죄가 가벼울 때 형의 선고를 미뤄주고, 2년이 지나면 없었던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 구씨는 2018년 7월부터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에 관한 제보를 받아 얼굴·직장명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란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지난 11일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구씨를 만났다. 그는 “100만명 이상의 아동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놓고 양육비를 안 주는 부도덕한 부모들의 명예와 우선순위를 다툰다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비교”라며 허탈해했다.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대법원이 최종 유죄를 선고했어요. 심경이 어떻습니까.

“참담하죠. 이 재판은 아동의 생존권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명예가 충돌하는 속에서 무엇이 우선이냐를 두고 다툰 거예요.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본 겁니다. 애초에 잘못된 비교라고 생각해요. 양육비를 못 받아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이 100만명이 넘습니다. 즉 대법원 판결에는 이 100만명 이상 아동의 권리가 빠진 겁니다.”

-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 관심사이지만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을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은 사적 제재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봤어요.

“수많은 미투 사건과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직접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법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것을 사적 제재이니 하지 말라고 하면 모두 숨죽이며 살아야죠.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어요. 양육비 채무자는 공인이 아니니 폭로하면 안 된다고요? 아동의 생존권이 걸렸는데 공인이냐 아니냐를 따질 문제일까요?”

- 법으론 왜 해결이 안 된다는 건가요.

“이혼할 때 약속한 양육비를 못 받을 경우 양육비이행명령 소송을 합니다. 그래서 지급 판결이 난 후에도 3개월이 지나도록 양육비를 안 주면 구치소 감치 명령(최장 30일) 소송을 해야 하죠. 그런데도 안 주면 형사고소해야 하는데 감치 판결 뒤 1년이 지나야 할 수 있어요. 이행명령 소송부터 경찰·검찰 수사를 거쳐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 평균 3~5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처벌은 고작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와요. 또 그 과정에서도 미지급자가 법원 소장을 고의로 안 받으면 소송 진행 자체가 안 되고, 그래서 양육자가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해도 미지급자가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을 몰랐다고 발뺌하면 처벌이 불가능하죠. 그러니 법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하는 거예요.”

-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이름과 출생 연도, 거주 지역, 얼굴 사진, 세부적인 직장명 등 신원 및 사생활 비밀과 관련된 세밀한 부분까지 공개했어요. 특히 얼굴과 구체적인 직장명까지 밝힌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그나마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개정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죠. 반면 미국은 주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자의 최고 형량이 10년인 경우도 있어요. 또 국세청, 사회보장국, 연방수사국(FBI)이 나서서 양육비를 징수하고 신상을 공개할 땐 사진과 함께 신장과 체중은 물론 눈동자 색까지 기재합니다.”

-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된 후 우리나라도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등 조치와 함께 여가부에서 양육비 채무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어요. 효과가 전혀 없나요.

“해당 사이트에선 양육비 채무자의 얼굴 사진 없이 이름과 생년월일, 채무액, 직업, 직장 주소가 공개되는데 도로명에 몇길까지만 나와요. 동명이인도 많고 해당 도로명 주소로 수많은 직장이 있죠. 미지급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효과가 없어요. 그래서 배드파더스 활동 결과로 양육비를 주던 사람도 다시 끊었습니다. 법 시행 2개월 전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법 시행 2개월 후 다시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양해들)로 이름을 바꿔 사이트를 연 이유예요.”

- 사이트 이름은 왜 바꿨습니까.

“양육비 채무자는 엄마들도 있으니까요. 비율로는 아빠 7, 엄마 3 정도예요.”

미국은 주정부가 양육비 책임 이행을 강제하고 연방정부가 ‘연방 차감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금융기관 데이터와 보험 자료 등을 분석해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을 추적하고 양육비 이행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관리한다. 의무 불이행이 포착되면 계좌 압류, 여권과 운전면허 취소 등 조치를 한다. 호주는 양육비 채무자의 임금·수당·연금에서 양육비를 강제 징수하고, 독일은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원해준 다음 양육비 채무자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OECD의 상당수 나라가 독일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씨는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독일처럼 국가에 의한 선지급제를 공약했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양육비 채무자의 사진 공개까지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본창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본창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사이트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채무자가 몇명이나 되나요.

“배드파더스 시절에 2500여명, 양해들에서는 150여명이 공개됐어요. 운영 기간 차이도 있지만 배드파더스 초기에는 사전에 통보해도 버티는 이들이 많아 신상 공개가 많았던 반면, 양해들 때는 사전 통보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됐어요. 사진 등이 공개되면 불이익이 크다는 것을 채무자들이 알기 때문이에요.”

- 신상 공개 후 양육비 지급이 이뤄진 사례는 몇건인가요.

“1200건 가까이 됩니다.”

- 제보를 받고 신상 공개까지 어떤 과정을 거칩니까.

“재판이혼의 경우 이혼판결문, 협의이혼 때엔 양육비부담조서를 통해 얼마를 양육비로 주고받기로 했는지 확인해요. 양육비 지급계좌가 판결문에 명시돼 있으면 해당 계좌를 확인하고, 명시돼 있지 않으면 지급 의무자인 비양육자에게 양육비 지급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하죠. 양육비를 안 준 게 사실이면 양육자와 원만히 해결하라고 사전 통보하고 일주일을 기다립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신상 공개를 해왔습니다.”

- 실제로 돈이 없어 못 주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신상이 공개된 채무자의 98%가 지급할 형편이 안 돼서라거나 건강이 나빠 일을 못하고 있다고 변명합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의 지출 우선순위를 보면 그렇지 않아요. 양육비가 1순위여야 하는데, 자기 생활비가 1순위이고 용돈과 품위유지비, 대출 상환, 노후 대비 등에 돈을 먼저 써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절대 빈곤 상태라면 기초수급자이거나 단칸방에 산다는 증빙자료를, 건강이 안 좋아 근로를 못한다면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보내달라고요.”

- 사이트 운영자는 몇명인가요.

“배드파더스 때는 6명이었고, 양해들은 2명이에요. 저는 운영진이 아닙니다. 배드파더스 때부터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제공해왔지만 자원봉사자죠.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운영진에게 전달하고, 양육비 협의를 돕는 게 제 역할입니다.”

- 그런데 왜 운영자를 제외하고 구본창씨만 기소됐나요.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운영자들에 대해선 제가 진술을 거부했거든요. 보복 우려로 배드파더스나 양해들 사이트엔 소통 창구로 제 연락처만 공개했습니다.”

- 소송 외 다른 보복이나 협박도 있었습니까.

“있죠. 동생이 광주에서 나름 칼을 잘 쓰는데 자기가 지금 정신적 타격도 크고 하니 사진을 내리지 않으면 동생을 데리고 가겠다, 이런 식의 협박이 많았어요. 실제로 며칠 전 저를 찾아와 위협한 조폭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투 전에 서로 500만원씩 걸고 하자니까 꼬리를 내리더라고요.”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씨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구씨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 마포에서 성장했다. 키는 작았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유도를 배워 몸이 다부졌다. 현재 유도 7단이다. 중3 때 집안의 사업 실패로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가족과 함께 경기 파주로 이사한 후 성매매 집결지인 용주골 포주였던 친구 어머니의 부탁으로 기도를 맡아 술 마시고 깽판을 부리는 미군을 제지하는 일을 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1983년 연세대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 졸업 후 스타강사로 이름을 날리면서 월 수천만원씩 벌었다죠. 이후 대형 학원 원장도 지냈고요.

“부모님의 빚을 갚으려고 시작한 일이에요. 대학 시절부터 과외만 6~7건씩 뛰었고, 졸업 후에도 과외와 학원 강의를 병행했어요. 그러다 1992년 대형 학원 재수반 영어 강의로 본격적으로 강사 생활을 시작해 13년을 일했습니다. 2003년에는 화곡대성학원을 차려 7년간 운영했고요. 많을 때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500여명이 다닌 대형 학원이었어요.”

20년간 추석을 제외하고 1년 364일을 일했다고 했다. 빚은 일찌감치 갚았고, 아내와 두 딸이 평생 먹고살 돈도 모은 그는 2012년 필리핀으로 은퇴이민을 떠났다. 가족과 여유로운 노후를 즐길 참이었다. 하지만 그즈음 클럽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한 필리핀 댄서의 눈물이 그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다.

“클럽 화장실에 갔는데 여자화장실 쪽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가 들어본 가장 슬픈 울음소리였죠. 불러서 물었더니, 한국인 유학생과 사이에서 낳은 한 살배기 딸이 병으로 죽었다고 해요. 남자는 임신 사실을 알고 ‘부모님 허락을 받고 오겠다’며 한국으로 떠난 후 종적을 감췄고, 대학생이던 자신은 딸의 병원비를 벌려고 클럽에서 일했다더군요. 그러면서 남자가 남긴 한국 주소라면서 쪽지 한 장을 내밀었어요. ‘Geugeol Mitni 18, Korea’(그걸 믿니 18)라고 쓰여 있었어요.”

- 댄서를 도왔습니까.

“한국의 법무법인에 연락해 남자를 찾아주려 했지만 이미 아이가 사망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필리핀에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3만명가량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한국 법무법인과 함께 2014년 겨울 ‘WLK’(We Love Kopino)를 설립한 이유죠. ‘코피노아빠찾기’ 사이트를 만들고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했어요.”

-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했나요.

“양육비를 받게 되면 그중 50%는 코피노 맘에게 줬고, 20%는 법무법인이, 30%는 WLK가 가졌어요. 하지만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소규모 이슬람 반군조직에 인질로 잡힌 외국인을 구출하고 사례금을 받는 일을 했습니다.”

-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반군에 납치된 사람을 구조하는 일은 총을 쏘게 되니 위험하죠. 하지만 큰돈이 필요하니 할 수밖에 없었고, 또 50세 넘게 살았으니 이미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눈 딱 감고 했어요.”

- 자기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양육비 문제 해결에 나선 겁니까.

“사명감이나 봉사 마인드는 없었어요. 솔직히 중간에 그만 발을 빼려고 했었는데 가오 때문에 못 빼 여기까지 흘러왔어요(웃음).”

구본창씨는 코피노를 돕는 WLK 운영비를 위해 이슬람 반군조직에 인질로 잡힌 필리핀 부자들과 외국인을 구출하는 일을 했다. 구본창씨 제공

구본창씨는 코피노를 돕는 WLK 운영비를 위해 이슬람 반군조직에 인질로 잡힌 필리핀 부자들과 외국인을 구출하는 일을 했다. 구본창씨 제공

- 배드파더스와는 어떻게 연결됐나요.

“코피노아빠찾기 사이트를 본 운영진이 연락을 해왔어요. 양육비 문제가 해결 안 돼 신상 공개 사이트를 기획했는데, 양육비 채무자들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다며 방패막이가 되어달라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생각해보니 양육비 채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한국 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재판받는 코피노 부모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수락했어요.”

- 2017년 초에 그래서 한국에 들어온 건가요.

“아닙니다. 2016년 10월 화물선 동방자이언트가 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선장이 납치된 사건이 있었어요. 선주회사 등이 무장단체와 물밑 교섭을 했지만 서로가 부르는 액수 차이가 워낙 커 결렬될 위기였죠. 그러자 선장 부인이 수소문 끝에 저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자칫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당시 한국에 들어와 살던 가족의 얼굴이나 마지막으로 보고 떠나려고 입국한 거예요.”

-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미수아리라는 다른 이슬람 반군 지도자가 중재해 납치 87일 만에 선장이 풀려났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코피노 아빠들을 찾아다니고, 배드파더스를 도우면서 지냈죠. 그러다 2019년 이번에 대법 판결이 난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고 이후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쭉 한국에 머물게 된 겁니다.”(그는 지금까지 29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고 그중 6건이 기소됐다.)

- 이 일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후회라기보다는 현타가 오죠. 양육비를 못 받아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우려 한 일을 유죄라고 한다면 누가 앞으로 나설 수 있을까요?”

-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답은 이미 나와 있어요. 양육비 이행절차 간소화와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는 법안을 비롯해 지금 국회에는 양육비 지급 강화 법안 여러 건이 계류돼 있습니다. 이것들만 통과해도 어느 정도 해결될 텐데, 법안심사소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 현재 양해들 사이트가 열리지 않던데, 활동을 접는 겁니까.

“아닙니다. 지금은 일단 사이트를 닫아놨지만, 운영진과 논의해 계속 운영할지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박주연 논설위원

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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