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간 반격·재반격…벌써 ‘임기 말 현상’

이용욱·정환보 기자

정윤회·박지만 양대 비선인사들 ‘국정농단 문건’ 놓고 진위 공방

박 대통령, 집권 2년차에 국정동력 휘청… “정치적 생사의 기로”

청와대가 벌써부터 ‘임기 말 현상’에 비틀대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실세들의 권력 투쟁, 비선(秘線) 라인의 인사 관여 등 국정개입 의혹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면서다. 과거 정부 때는 임기 후반에 불거졌던 내부 잡음들이 집권 3년차에 들어서기도 전에 전면 부상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국정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양대 비선 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파워게임은 점입가경이다. 정씨는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놓고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중앙일보 인터뷰)이라고 했으나, ‘박지만 사람’으로 분류되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맞을 가능성이) 6할 이상”(조선일보)이라고 맞받아쳤다.

조 전 비서관은 인터뷰에서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에게 “박 회장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당부했던 사실까지 공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것 자체가 박 회장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두 비선이 같은 문건의 진위를 놓고 충돌하는 모양새까지 빚어진 것이다.

여권에선 정씨 및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안봉근 제1·2부속비서관)에 눌려왔던 박 회장 측이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 회장 라인인 조 전 비서관과 박모 경정이 쫓겨났고, 박 회장의 고교 동창인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지난 10월 임기 2년을 못 채우고 전격 경질되는 등 정씨 및 문고리 3인방과의 권력 투쟁에서 번번이 밀렸던 박 회장이 이번 기회에 일격을 날렸다는 것이다.

비선 인사개입 문제가 공론화된 것도 임기 말 현상이다. 조 전 비서관은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안 비서관의 인사개입설을 제기했다. 앞서 국가정보원 이헌수 기조실장이 지난 10월 사의를 표하고 반려하는 과정에서 ‘문고리 3인방’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도 했다. 이병기 국정원장을 배제시킨 채 이 실장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논란이 커지자 “1년만 더 하라”며 반려한 주체가 3인방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권력 내부의 암투로 국정 난맥상이 노출되면서 박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등 집권 3년차 밑그림을 추진하기 위한 국정동력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래 가지고서야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김영삼 정부는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파동으로,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아들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으로 휘청거린 바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 전개를 보면 박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와 있는 것 같다”면서 “비선들을 완전히 정리하고 공적인 방식으로 인사를 하고 국정을 펴지 않는다면 급속히 식물정부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