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회의록 그리고 해킹… 그때, 그 사람들, 그 대처법

김진우·이용욱 기자

박근혜… 무대응 선긋기

새누리당… 물타기 여론전

국정원… 적반하장 반박

국가 정보기관의 일탈 논란에 대한 여권의 ‘정략’적 대처법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에 맞닥뜨린 당·정·청 모습이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타고 넘던 정치공학적 대응과 ‘판박이’처럼 닮아가고 있다.

청와대는 ‘침묵’하면서 여당 뒤로 숨었다. 대신 ‘총대’를 멘 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와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난장판 싸움으로 이끌고 있다. 국가정상의 기록물을 무단 공개하는 초유의 일을 벌였던 국정원은 사상 유례없는 정보요원 전원 명의 성명을 내며 ‘적반하장’식 반격에 나섰다. ‘삼인삼색’의 역할로 공수를 나누며 파문 덮기에 급급한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가급적 이번 사건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무대응’ 전략이다.

무엇보다 청와대로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재점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이고 당·청관계도 봉합되는 상황에서 다시 문제가 터진 것도 곤혹스럽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국정원법 2조)고 규정돼 있다. 이번 의혹의 진실규명 열쇠와 의지는 청와대에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괴담 장사’라고 비난하는 등 물타기·물귀신 작전을 재연하고 있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회의에서 “국가 안보를 정치 상품화한 안보 장사”(이노근 의원), “확인되지 않은 괴담만 퍼트리는 괴담 장사”(하태경 의원)라고 야당을 공격했다. 전 정권 원죄론도 꺼내들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어떻게 했나. 많은 민간인들을 도청해 국정원 요인들이 구속되는 사례를 봤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파문을 상기시켰다.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의 대처는 극히 이례적이다. ‘안보·외교 부작용’을 거론하며 야당과 언론을 비난하고, 결백을 강변하는 등 적반하장식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정원은 19일 ‘직원 일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추측’으로 규정한 뒤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앞서 국정원은 2013년 대선개입 의혹 와중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맞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 같은 대처법은 여권 의도대로 의혹에 대한 소모적 공방과 논란만 가중시키는 쪽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결국 검찰 수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철저한 수사를 위해선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할 검찰의 중립성 문제도 남는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당시 ‘덕 본 게 없다’며 국정원을 옹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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