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가결 20분 만에 “의회주의 포기”…‘실세 차관’ 임명설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유정인·유설희·조문희 기자

행안부,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여권선 “대선 불복” 강력 비판

대통령실은 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회주의 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의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0여분 만에 언론 공지를 통해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이 ‘의회주의 포기’라는 강한 표현으로 야당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당하지 않은) 정치적 탄핵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상 탄핵소추안 같은 중차대한 문제는 특정 정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며 “다수당 폭거가 아닌 입법적 총의가 모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여권의 강경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다. 참사 직후부터 유족과 시민사회 등에서 대응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비쳤다. 고위 관계자는 “국정 공백과 혼란을 헌재가 조속히 종식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 체계 중 한 축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한 축에서 이를 잘 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장관 직무가 정지되면서 행안부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대통령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무대행 체제에서 국정공백을 줄이겠다고 했다. 핵심 관계자는 “1차관과 재난안전관리본부장(2차관)을 중심으로 국정 공백이 없도록 안정되게 행안부를 이끌도록 하고 다른 공직자들도 동요하지 않도록 정부가 잘 이끌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법률가 출신 ‘실세 차관’을 기용하는 안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대선 불복’과 ‘의회 독재’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민생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대선 불복’ 프레임 등을 동원해 민주당을 향한 여론의 역풍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피해 볼까, 꼼수의 연속”이라며 “오늘 자행한 반헌법적인 폭거는 오롯이 부메랑이 돼 민주당에 꽂힐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대형 트럭”이라며 “거대 의석을 나라를 위해 쓸 줄 모르고, 힘을 주체하지 못해 힘자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장관 한 명 탄핵해보겠다고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는 동안 민생과 경제는 쓰러져가고 있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민생을 외치는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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