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최미랑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22년 8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22년 8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뉴스레터 점선면 6월21일자(https://stib.ee/ios7)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구독자님, 정리해고에 반대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벌인 ‘옥쇄파업’을 기억하시나요? 무려 14년이나 된 일인데,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지난주에 나왔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관련 소송도 같은 날 판결이 나왔는데, 역시 13년이나 걸렸습니다. 오랜 시간이지요. 구독자님 가운데 기억에 남는 대법원 판결로 이 판결을 꼽아주신 분이 많이 계셨어요. 오래도록 관심을 놓지 않고 계셨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논쟁적인 모든 사안은 결국 대법원으로 갑니다.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틀이 되지요.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을 어느 때보다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양곡법, 간호법 등 입법 영역에 이어 최근 사법부와 관련해서도 ‘거부’라는 단어가 등장했어요.

새 대법관 두 명을 뽑아야 하는데, 누구를 임명할지 제청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일입니다. 그런데 제청 명단을 전달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특정 이념 성향의 후보는 거부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은 모든 정권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거의 모든 대법관이 이번 정권 내에 교체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올 거예요.

오늘 점선면에선 새 대법관 임명을 놓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련 뉴스에서 어떤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할지 맥락을 짚어봅니다. 법조반장을 맡고 있는 이혜리 기자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1. 두 명이 곧 퇴임한다

·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됩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에요.

· 다음 달 18일에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합니다. 후임 대법관 2명을 임명하는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에요.

· 대법관을 뽑는 데는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가 모두 관여합니다. 대법원장이 후보 임명을 제청하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습니다.

2. 대통령의 이례적 ‘거부 예고’

· 새 대법관 2명을 뽑기 위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월 30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8명의 후보자를 추천했습니다.

· 대법원장이 어느 후보를 임명 제청할지 명단이 전달되기도 전에, 대통령실은 후보 중에 특정 이념 성향의 인물이 2명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들을 제청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보류)할 수 있는지 검토했습니다.

· 이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대법원장이 후보를 정하기도 전에 대통령 쪽에서 특정 후보 배제를 시사한 셈이 되었습니다.

· 이에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직 판사의 공개 비판도 나오고 있어요.

3. 대통령은 누구를 거부하려 했나

· 대통령실이 임명 보류를 시사한 후보는 박순영·정계선 판사였습니다.

· 대통령실은 ‘특정 이념 성향’을 거부 검토 이유로 들었는데요. 판사들의 성향과 관련해서, 여당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면 ‘좌편향’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 두 판사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퇴임을 앞둔 박정화 대법관이 여성이기 때문에, 후임으로 여성을 임명하리라는 기대가 있었거든요.

· 김 대법원장도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제청은 김 대법원장 임기 내 마지막 제청이에요.

4. 결국, 누가 제청되었나

· 대통령실이 임명 보류를 시사한 여성 판사 2명은 실제로 제청되지 않았어요.

·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새 대법관으로 판사 출신의 권영준 교수와 서경환 판사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습니다. 두 후보가 취임하면, 13명 중 4명이던 여성 대법관은 3명으로 줄게 돼요.

·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염두에 뒀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지만, 이번에 제청한 두 사람 모두 서울대를 나온 판사 출신의 50대 남성이어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요.

· 이제 절차는 국회로 넘어갑니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요.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대법관 2명의 퇴임을 앞두고 후임 임명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대통령이 ‘이념 성향’을 이유로 특정 후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대법원장은 이들 후보가 아닌 다른 두 명의 후보를 임명 제청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1. 사법부 격변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다음 달 퇴임하는 두 대법관의 후임을 찾는 문제로 불거졌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산이 남아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장도 임기가 끝나거든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교체하게 됩니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모두 대통령이 지명하게 되어 있어요.

대법원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총 14명 중 13명이 교체됩니다. 전 정부 임기동안 ‘진보 성향’ 대법관이 다수 임명되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윤 대통령이 ‘보수 성향’ 대법관으로 ‘코드 인사’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에요. 이례적인 ‘거부 예고’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2. 임명은 대통령 권한 아닌가?

지금껏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법관 임명을 놓고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생각이 늘 일치했을 리는 없습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분분한 해석이 있었어요.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청·동의·임명의 주체가 각각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권력분립 정신을 반영한 겁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서는 대통령에게 임명의 권한이 있는 만큼 임명하지 않을 권한도 포함된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이 조항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형식적 절차를 부여한 것이니, 대통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와 대법원장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기 전에 대통령과 후보에 대해 논의해 의견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제청도 하기 전에 대통령 쪽이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 배제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전례는 없다고 합니다.

법원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비판 글을 올린 A판사는 “‘특정 정치 성향의 후보자가 (대법관에) 제청되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 공개 언급은 후보자의 제청을 행정부가 임명 거부로써 적극 정쟁화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며 “임명 거부의 실행은 헌법상 권한행사일지라도 임명 거부의 예고는 법에 없는 정치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이 ‘콕 찍은’ 두 후보를 배제하고 다른 후보들을 제청했기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법부를 오래 취재한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니스트는 “여성 법관 2명을,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이념 성향을 문제 삼아 보이콧하는 반인권적 행태에 대법원장이 동조하다니 참담하다”고 칼럼에 썼습니다.

3. 대법관 제청 절차의 역사

헌법이 대법관 제청·동의·임명의 주체를 나누어놓은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987년 개헌 이전의 군사정권 때는 대통령이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었어요. 이후 대법원장 의사가 많이 반영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이번에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문제점이 제기됐어요. 이혜리 기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의 관료화, 서열화입니다. 대법원장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대법관에 앉히니 일선 법관들이 윗선 눈치를 보며 줄을 서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2003년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를 만들어요.”

인사의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판사들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시민 의견을 들으라고 자문위까지 만들었는데 대법원장이 입맛대로 대법관을 임명하자, 판사들이 사표를 던지고 항의 글에 연명하면서 의사를 표시해요. 이른바 ‘4차 사법파동’입니다.

4. ‘대법관 다양성’이라는 큰 숙제

대법원장이 어떻게 인사를 했기에 판사들이 들고일어나기에 이르렀을까요.

최초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열렸는데, 최종영 대법원장은 이전의 관행대로 이른바 ‘서열’에 따라 후보자 3명을 선정했어요. 판사들은 기존처럼 남성 법원장을 기수대로 대법관에 임명하는 것에 항의했습니다.

당시 150여명의 판사가 연명한 글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을 보면 ‘다양성’이 핵심 키워드예요. 이용구 판사는 “다양한 입장이 조화를 이룬 대법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이 검증된 법조인이 제청돼야 한다”고 썼어요.

이 파동은 실질적 변화를 불러옵니다. 대법원이 법관 대표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그해 8월,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여성 최초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됩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지명됩니다.

이런 역사가 있어서, 이번에 윤 대통령이 ‘콕 찍어’ 거부한 두 후보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됩니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판결을 내리는 법관의 ‘다양성’도 더욱 중요해지는데, 대법관 임명은 여전히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서오남)’이라는 틀에서 못 벗어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대법원이 생긴 1948년 이래 현재까지 대법관 자리를 거쳤거나 재임 중인 사람은 모두 159명입니다. 이중 여성 대법관은 단 8명이에요. 이 가운데 4명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되었고, 현직에 있습니다.

여성 판사의 비율은 2019년에 전체 판사의 30%를 넘었지만, 대법관 비율은 이에 못 미쳐요. 대법원장은 한 번도 여성인 적이 없었고요.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14명 중 13명(대법원장 포함)이 교체될 예정입니다. 대통령이 ‘이념 성향’을 대법관 임명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한 만큼, 앞으로 대법관 구성 다양성이 저해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1. 대법관 다양성이 왜 중요한가

오랜 시간 법원을 취재해온 이혜리 기자는 이번에 퇴임하는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대법관을 제청하지 않은 것은 ‘퇴보’라고 말합니다.

특히 ‘미투 사태’를 거치면서 여성의 시각이 대법원 판결에 담기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문제적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는데, 판결 과정에는 기존의 남성적 시각과 편견이 지배적으로 작용해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됩니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대법관으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다양한 의견이 대법원 판결에 반영되야 한다는 뜻이라고 봐요. 실제로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대법관들이 ‘소수의견’도 기재합니다.

과거엔 대법관들의 성별, 출신대학, 연령, 살아온 이력 등이 다 비슷비슷했어요. 대법원을 13명이나 둔 취지를 살리려면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임한 6년간 여성 대법관 수는 (대법원장 포함) 14명 중 4명이었습니다. 역대 최다였지만, 인구 구성과 여성 판사 비율을 생각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젠더·여성 문제에 일관되게 소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대법관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문제는 해외에서도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학력, 경력, 성별에 더해 ‘출신 지역’ 정도가 주목되는데요. 미국에선 종교와 인종 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됩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누구를 대법관으로 지명할 지는 공약으로 논해질 만큼 중요한 이슈인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공약한대로 흑인 여성 커틴지 브라운 잭슨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합니다. 미국 역사 233년 만에 첫 흑인 여성 미국 대법관이 나온 거예요. 잭슨은 국선 변호인으로 일한 이력이 있습니다.

유정훈 변호사는 칼럼 ‘대법관의 자격’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대법관을 실력으로 뽑아야지, 왜 인종과 젠더를 고려하냐고. 그렇지 않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은 그전까지 대법원을 구성했던 백인 여성과 남성, 흑인 남성, 히스패닉 여성이 볼 수 없는 부분을 볼 수 있다.

미국 건국 이래 대법관을 지낸 115명에게 없던 국선변호인 경력이 있기에, 잭슨을 영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이라는 영예로운 기관은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수혈받게 된다. 변호사, 로스쿨 교수 또는 항소법원 법관이 대부분의 경력인 기존 대법관에게 없는 시각을 얻으려면 그들과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을 임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어떤’ 다양성이 필요한가. 이는 앞으로 계속 활발히 논의하며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주제입니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려할 요인은 점점 더 많아질 테니까요.

우리 사회에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지, 지난주 ‘미리보는 점선면’을 통해 여쭤봤는데요. 구독자님들은 판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해온 대법관 > 다양한 학교 출신 > 더 젊은 대법관 > 더 많은 여성 대법관 순으로 많이 꼽아주셨답니다.

대법관의 성비와 관련해서는 ‘1:1에 가까운 게 좋다’는 의견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보다 2배 정도 많았습니다.

2.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진보 성향’이냐, ‘보수 성향’이냐. 이는 매우 모호하고도 정치적인 기준입니다. 대법관이 될 사람을 이런 기준으로 나눠 선택하는 것은 다양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일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번에 ‘이념 성향’을 들어 특정 후보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는 흐름에도, 투명한 인사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법관의 다양성을 높여갈 수 있을까요. 이혜리 기자는 법관 다양성 문제를 취재하면서, 각 법관의 출신, 이력, 종교 등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히 분석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예컨대, 남성밖에 없던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들이 들어온 후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하기에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8명 밖에 없으니까요.

‘어느 연구회 소속이니 특정 이념을 가졌을 것이다’라는 정치적 기준 말고, ‘재판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가’를 중점으로 논해야겠지요.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위해 이런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역대 대법관 가운데 판사 또는 검사를 하지 않고 대법관이 된 사람은 현재 김선수 대법관이 유일합니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이 임명된 것은 2018년인데요. 당시 다수 언론이 ‘순혈주의 타파’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후로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대법관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이든 대통령이든, 자기 입맛에 맞춘 ‘코드 인사’를 하지 않게끔 견제하려면 계속해서 다양한 장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얼마나 심도있게 심사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습니다. 추려진 몇 명의 후보를 수동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다양성 확보를 목표로 좋은 후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추천위 기능이 더욱 강화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혜리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재 대법원장은 대통령 마음대로 지명하게 돼있습니다.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추천위를 도입해 시민과 각계각층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요.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대법원장 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방안’을 검토한 적 있지만, 실제로 추진한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구성원 다양성이 확보될 때 대법원은 우리 사회가 지킬 가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바람직한 준거틀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대법관을 임명할 때 ‘이념’이라는 모호하고 정치적인 기준을 내세우지 않도록, 구성원 다양성과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 줄 점선면

▶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원 구성원 14명 중 13명이 교체됩니다.

▶ 대통령이 ‘이념 성향’을 들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 이전에 특정 대법관 후보에 대한 임명 보류를 시사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 대법원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다양한 성별, 학력, 이력, 관점을 가진 대법관이 투명한 절차로 임명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어떤 대법관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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