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우울증→음주습관→우울증 심화...대전대 연구팀 '악순환의 고리' 규명

윤희일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코로나 우울’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코로나 우울’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다. 이런 경우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을 찾는 사람도 많다.

고독한 환경에서의 우울증이 음주습관을 형성하고, 이 음주습관은 다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의 기전을 대학 연구팀이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대전대 한의과대학의 이진석 교수와 대전한방병원 손창규 교수 연구팀은 ‘고독한 환경-우울증-음주습관’이라는 ‘악순환 고리’의 기전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느끼는 우울감은 중독에 관여하는 도파민성을 활성시켜 음주습관을 갖게 하며, 이렇게 해서 늘어난 음주는 결국 뇌 면역세포의 일종인 미세아교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함으로써 신경세포의 손상을 일으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독한 환경-우울감-음주-우울감 악화’의 악순환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쥐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우선 일반적인 집단에서 서식하는 실험 쥐와 사회적으로 고립환경에서 서식하는 쥐 등 2개 그룹의 실험 쥐에게 4주 동안 물과 10%의 알코올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섭취하도록 했다. 이후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인 쥐의 우울·불안 행동을 평가하고, 우울증과 중독증에 관여하는 뇌조직에서의 신경세포 활성도와 뇌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사회적 고립-우울증-음주습관의 악순환 고리. 대전대 제공

사회적 고립-우울증-음주습관의 악순환 고리. 대전대 제공

그 결과, 고립된 환경에 놓인 쥐의 우울증이 중독에 관여하는 도파민성을 활성화했고, 이는 결국 반복되는 음주습관을 만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우울증 치료과정에서의 주요 난제인 우울-음주습관, 특히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해 심해지는 우울과 음주의 악순환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병리기전을 밝힘으로써 임상 진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고립과 이에 따른 우울증 환자의 증가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 수는 세계적으로 약 3억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우울증의 대표적 발병원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있다. 우울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최대 40배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가중된 사회적 고립 환경은 우울증의 발병율과 자살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미국·한국 등에서 나온 바 있다.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음주습관은 치료를 방해하는 핵심 요소로 지적돼 왔다. 우울증 환자들은 중독 유혹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약 40%가 알코올 의존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특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 간의 유대감이 낮은 사람의 경우 우울증 발병률과 알코올 남용 위험도가 동시에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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