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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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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진의 낯선 사이]종묘 앞 고층 건물 발상의 서울 중심주의와 식민주의
    종묘 앞 고층 건물 발상의 서울 중심주의와 식민주의

    서울 종로구 소재 종묘(宗廟) 앞에 145m가량의 건물을 짓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계획과 이에 반대하는 논리는 ‘보존 대 개발’의 이분법일까. 보존과 개발의 의지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두 가지 가치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논쟁에는 어떤 형태로든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의 개발 논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존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부분적 개발, 유네스코의 권고 수용, 절차적 민주주의, 종묘 주변 건물들의 재생 계획을 이야기한다(‘주간경향’ 1655호, 박송이 기자, “‘녹지축’ 포장하면 종묘 일대 개발 가능?” 기사 참조).오세훈 시장은 기존의 규제를 2분의 1로 완화하며 강한 개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외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오 시장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한강버스 사업에 이은 건축업계와의 ‘협력’일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짐작일까. 토건 국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적 의심 아닐까.나는 이 문제가...

    2025.12.02 20:10

  • [정희진의 낯선 사이]여성주의의 ‘쓸모’
    여성주의의 ‘쓸모’

    경기 용인시 최초의 독립서점인 ‘책방 우주소년’을 방문했다. 이 서점은 용인시 동천동 주민들의 마을 만들기 중심 공간으로,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훌륭한 공간이었다.그러나 나의 감동은 같이 간 지인이 “왜 하필 ‘소년’이냐, ‘우주소녀’는 없나?”라고 지적하면서 작은 논쟁으로 이어졌다. 나는 페미니즘이 ‘소년’을 ‘소녀’로 대체하는 사유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남성 명사가 인간을 대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언어를 포함해 모든 명명(命名)은 누군가/무엇인가를 배제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그즈음 지역 문예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페미니즘’이나 ‘젠더’라는 기표 자체가 마치 ‘얼음땡’ 놀이의 ‘얼음!’ 같은 단어로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앞선 단어들이 발화되는 순간 모든 학생이 눈만 크게 뜬 채로 굳어버리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20...

    2025.11.04 20:15

  • [정희진의 낯선 사이]소통이 안 되는 이유
    소통이 안 되는 이유

    독일의 신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의 책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빛나고, 가장 끔찍한 날로 상처 입은 그 세계는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소설가 박완서가 아들을 잃고 쓴 고통의 일기, <한 말씀만 하소서>에도 이 구절이 나온다.인간사의 소통 불가능성에 대해 이만큼 정확한 언명도 드물 것이다. 나의 마음, 타인의 마음이 절대로 열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마음을 닫아서가 아니라 몸의 개별성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사회적 구성물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개체(個體)이다.명절 연휴. 대화가 스트레스가 되는 시간이 왔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는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사람들은 대개 예의가 없다. 매일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서도 하기 힘든 그 유명한 질문, 아니 심문(審問)을 아무렇지도 않게...

    2025.09.30 21:46

  • [정희진의 낯선 사이]한국 남성의 성구매 문화
    한국 남성의 성구매 문화

    아직 인사청문회가 남았지만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중에서 가장 잘된 인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원 후보자의 지지 입장과 여성에 대한 폭력(gender based violence)과 관련한 활동 이력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반(反)성매매 운동 참여다. 원 후보자는 성산업 종사 여성들을 지원하는 여성운동 단체인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 이사(2006~2020)와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모니터링위원회 위원(2015~2017),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보다상담소 운영위원장(2018~2023)을 지냈다.가정폭력(아내에 대한 폭력)과 성매매는 가부장제의 기반, 모형(母型)이다. 그만큼 역사가 깊으며 피해가 광범위하고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그중 성매매는 ‘음지’의 문제로 여겨지는 데다 활동가나 연구자 등 전문가들도 다른 여성 폭력 분야에 비해 매우 적다. 적은 인원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

    2025.09.02 20:49

  • [정희진의 낯선 사이]‘강선우 사태’와 여성의 사회 진출
    ‘강선우 사태’와 여성의 사회 진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표는 ‘국민주권, 실용주의’다. 이번 정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정책의 진정성과 절실함에 문제 제기할 생각은 없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과 내란 기도를 극복하고(국민주권), 진영 논리를 벗어나자(실용주의)는 현 정부의 철학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하지만 국민주권과 실용주의는 반드시 전제가 필요한 담론이다. 때문에 통치권자에게는 자승자박의 여지가 많은 언설이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려면 국민의 범주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주권은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이전의 “(사회적 약자 문제는) 나중에” 논리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로 말바꿈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국민주권의 원리와 정면충돌한다.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배제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실용주의는 불편부당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모든 언어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실용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사회 ...

    2025.08.05 21:02

  • [정희진의 낯선 사이]‘일하는 정부’를 넘어서
    ‘일하는 정부’를 넘어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집권 초반이라 언론이 우호적인 것인지 실제로 ‘일하는 정부’이기 때문인지 단정하긴 이르지만, 대통령이 부지런히 국정을 챙긴다는 인상만큼은 분명하다.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잘한 일은 북한 접경 지역 주민의 소음 민원 해결과 대북전단 살포 중지다. 국가안보와 인간안보가 상충하지 않은 좋은 예다. 북측의 호응도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근본적인 쟁점이 남아 있다.한국 현대사는 오랫동안 외세로부터 침략을 당해 왔다는 피해자 민족주의-임지현이 말한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가 주류 담론으로 기능해왔다. 이러한 피해 의식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참전을 은폐하는 역사 왜곡일 뿐 아니라, 이미 북한과 회복 불가능한 격차가 벌어졌음에도 대결적·공세적 태도를 고착화하는 정치·심리적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여전히 ‘빨갱이’라는 표현이 거리낌 없이 통용되는 현실이 비극을 방증한다. 이는 보수 진영의 ...

    2025.07.08 20:51

  • [정희진의 낯선 사이]이준석 의원을 생각한다
    이준석 의원을 생각한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은 이틀 만에 14만4443명이 동의했고, 이 글을 쓰는 10일 오전 현재 청원인 수는 49만884명이다. 청원 성립 요건인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 동의를 훌쩍 넘었다. 실현 여부와 관련 없이 이 청원은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도 반면교사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지난 6개월간 많은 일이 있었다. ‘객관적인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내게 절망감을 안겨준 사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던 시도와 그 발상이고, 또 하나는 3차 TV토론 때 폭력 발언으로 상징되는 ‘이준석 현상’이다.다행히 두 사건 모두 시민들의 지혜로 저지됐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상식’으로 김문수 후보가 제자리를 찾았고, 이준석 후보는 8.34%의 득표율로 10%의 벽을 넘지 못함으로써 보수 진영에서 그의 위상이나 존재감은 주춤한 듯 보인다.그러나 이준석 의원은 각자도생, 약자 혐오...

    2025.06.10 20:56

  • [정희진의 낯선 사이]민주당,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당,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1870~1924) 사후에 발간된 그의 전집 중 <여성의 해방>은 실제로는 반여성적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레닌은 동료 혁명가 중 한 사람이었던 독일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클라라 체트킨(1857~1933)이 여성 당원들에게 성 문제(피임)를 주제로 토론을 조직했다며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클라라, 당신이 저지른 잘못은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내가(레닌) 들은 바로는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독서와 토론을 하도록 지정된 저녁 시간에 성과 결혼 문제를 우선으로 취급했다고 하더군요…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소. 우리는 지금 역사상 최초로 무산계급 국가가 전 세계의 반혁명 세력을 상대로 투쟁 중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단결해야 할 이때에 결혼 문제를 두고 토론하느라 바쁘시군요.” 레닌의 입장에서 보면, 체트킨은 혁명 의식을 고양해야 할 시간에 사소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레닌의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한가한 남성’의 입장이며, 지금 이...

    2025.05.13 20:16

  • [정희진의 낯선 사이]여성학이란 무엇인가, 계명대 여성학과의 경우
    여성학이란 무엇인가, 계명대 여성학과의 경우

    “여성학자”라는 지칭이 있다. 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여성’과 ‘학자’의 개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두 표현 모두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여성학자’는 우리의 앎, 지식, 학문에 대한 인식을 뒤흔든다. 여전히 여성학자를 여성주의 연구자(feminist scholar)가 아니라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female)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상당수 기관이나 대학들이 여성주의자를 뽑아야 할 때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단지 여성이라는 조건만 맞으면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내 생각에 여성학자는 학위가 있는 페미니스트를 긍정적으로 뜻하는 말인 듯하다. 여성학을 아예 학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에 비하면, 그나마 고마운 일일까. 내가 가장 그리고 자주 곤란할 때는 사람들이 내 전공을 물을 때다. 나는 전공이 없다. 특정 학과에 대한 소속감도 없다. 대신 나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다학제적인 주제에 관심이 있다. 자주국방, 아내폭력, 식민지 남성성, 탈식민주의, 미군 ‘위안부...

    2025.04.15 21:21

  • [정희진의 낯선 사이]내전과 공존
    내전과 공존

    지난달 말 윤동주 시인 80주기를 맞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의 일행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새벽에 공항 가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느닷없이 된소리로 “쭝국 가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우리나라 선관위 직원 대부분이 중국 사람”이라는 주장부터 특정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이럴 때 그와 생각이 다른 승객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해야 할까. 무시하며 자는 척해야 할까. 이견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까…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고문’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 그런 상황을 우리는 폭력이라고 부른다. 나는 폭력 상황에 노출되었고 동시에 공모했다.12·3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기획이 불과 두세 달 만에 내전(內戰) 상태로 변화했다고 본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한국 사회에 내전은 없다”고 진단한다(경향신문 3월14일자...

    2025.03.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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