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금니가 아팠다. 석사 논문을 쓰던 무렵이었다. 시간 여유가 없고 치료비를 부담할 여력도 안 되어 치과 가길 미뤘다. 통증은 점차 심해지다가 어느 시점엔가 뚝 멎었다. 그러더니 몇달 후 겨울밤, 초코바를 베어 물다 이가 과자처럼 바사삭 부서졌다.합동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이 당장 병원에 가라고 성화였다. “너, 충치를 오래 방치하면 치아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눈동자로 간단다.” “에이, 뻥이죠?” 깔깔 웃어놓고도 내심 겁이 났다. 그러고서 얼마 안 지난 토요일 저녁,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 깜짝 놀랐다. 거울 안의 내 오른쪽 눈이 토끼처럼 빨갛게 되어 있었다. ‘핏발 서다’의 비유를 넘어 핏빛이 선연했다. 순간 선배들의 엄포가 떠올랐다. 아, 급기야 그 일이 일어났구나. 이러다 오른쪽 눈이 멀면 어쩌나. 별의별 무서운 상상이 스쳤다. 일반병원에 가려면 이틀 더 기다려야 했지만, 시간을 끌다간 치아 바이러스가 눈의 핵심영역으로 침투할 것만 같았다. 급한 대로 학교...
2026.01.13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