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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온몸에 힘을 빼고 한숨 크게 들이쉬며 흔들리는 물결에 내 몸을 맡겨 봅니다. 찰랑거리는 물방울들이 내 귓가에서 속삭이고, 내 볼에서 춤을 춥니다. 귀엽게 떠 있는 뭉게구름은 하늘을 더 높고 파랗게 만들어 줍니다. 물결 따라 흔들거리는 나의 몸과 마음을 느껴보며, 조금씩 팔다리를 흔들어 서서히 움직여 봅니다. 내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을 느끼면서,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 봅니다. -
새롭게 바꿔보자
새롭게 모든 것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처럼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모양도 새롭게 바꾸고, 평소 안 입던 옷도 입어봅니다. 새롭게 뜨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요즘 유행하는 음식도 먹어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봅니다. 새 학기, 새봄을 느끼며 새롭게 마음을 먹어봅니다. 좀 더 달라진 나를, 좀 더 나아진 나를 기대해봅니다. 우선 겉모습만이라도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나의 앞길을 개척해봅니다. -
어색한 미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용기가 안 날 때 그냥 씨익 웃어 봅니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도 그냥 씨익 웃어 봅니다. 화가 날 때도 한숨 크게 들이쉬고 씨익 웃어 봅니다. 어색한 침묵보다는 어색한 미소가 더 낫고,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찡그리고 있는 얼굴보다는 어색한 미소라도 짓고 있는 게 좀 더 나아 보입니다.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니 상대방도 같이 씨익 웃어 보입니다. 그러곤 같이 활짝 웃어 봅니다. 웃으면 복이 옵니다. -
잘생긴 사람
젊었을 때 외모에 그다지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두 다 잘 꾸미고 다닙니다. 남자들도 파마하고 화장하고 옷과 시계, 가방·신발 같은 액세서리 등에도 신경을 씁니다. 알 없는 안경에 자연스러운 파마머리, 추운 날씨에도 멋진 롱코트와 명품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역시나 예쁜 여자친구. 서로 해맑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좀 신경써서 꾸며 입고, 아내 손을 잡고 성급한 봄 나들이를 떠나보아야겠습니다. -
웃는 연습
사진 찍을 때마다 좀 웃어보라고 합니다. 나름 웃고 있었는데…, 다시 좀 더 크게 입을 벌려 웃어봅니다. 그러나 어색하고 억지로 입만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그냥 입꼬리를 올려봅니다. 자기 전 눈을 감고 행복한 생각을 하며 웃어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행복하고, 예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뜬금없이 실실 웃어봅니다. 이렇게 웃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정말 웃을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
거미 손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손이 부족합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요것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 하려고 하니 아주 힘이 듭니다. 이럴 땐 손이 여러 개,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해내야 합니다. 이리저리 겨우겨우 힘들게 일을 마무리하고 지쳐 쓰러져 누워 봅니다. 역시 혼자는…, 이제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욕심쟁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무엇을 더 가지고 싶었던 것일까요? 욕심은 더욱 큰 욕심을 부르며 점점 더 탐욕스러운 얼굴로 변해갑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제는 뻔뻔해져 아예 가면이 자신의 얼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거울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을 찾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
불같은 화
이 추운 겨울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나고 열이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답답하고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당연히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당연히 알아서 그만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까지 버티면서 그대로입니다.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날까 봐, 이러다가 다시 돌아갈까 봐, 이러다가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될까 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다시 한번 더 내 가슴속 불덩어리를 끄집어내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봅니다. -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겨울이면 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납니다. 예전에는 길목마다 붕어빵 노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흔했던 붕어빵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찾더라도 너무 많이 올라버린 가격에 선뜻 사 먹기가 그렇습니다. 붕어빵도 고급화하여 슈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생겼지만 역시 단팥이 제일 맛있습니다. 귀퉁이에 붙은 바삭거리는 조각들과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일도 재밌습니다. 장 보다가 대형 마트 앞에서 파는 꼬마 붕어빵을 사보았습니다. 비싼 가격에 예쁜 종이봉투에 담아주었지만 예전 맛은 나지 않습니다. 이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슈크림만 줄줄 흘러내립니다. -
좋은 일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나쁜 일도 많았고,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그중에 나쁜 일들은 날려 버리고 좋은 일들은 남겨 두겠습니다. 좋았던 일들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 내어 내년에는 더 좋은 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올해의 좋았던 일들이 그냥 운이 좋아서 생긴 것은 아닌 것처럼, 내년에도 더 좋은 일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안녕 2024년! 안녕 2025년! 이제 25라는 숫자와도 익숙해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