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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말소리
가만히 혼자 앉아 있어도 오만가지 소리가 다 들려옵니다. 바람, 새, 나뭇잎, 음악, 차 지나가는 소리들…. 이런 소리들은 그냥 흘려들을 수 있지만, 사람들 말소리는 그냥 흘러가지가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그냥 조용히 머리를 비우고 멍하니 있고 싶은데, 사람들의 하루 일과와 사랑이야기, 정치 성향, 술 먹고 풀어놓는 신세 한탄까지 다 듣게 됩니다. 내 고민도 산더미인데, 다른 사람들의 고민까지 듣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보호막을 치고 다시 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봅니다. -
수족관
알록달록 예쁜 수족관에서 왔다갔다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예쁜 물고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최신식, 초대형 수족관이라 해도 그들이 살던 넓은 바다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물고기는 잡혀서 억지로 좁은 수족관에 있는 것이지만, 난 왜 나만의 거대한 수족관을 스스로 만들어놓고 저 물고기처럼 왔다갔다 하고 있는 걸까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는데, 난 무엇 때문에 나만의 유리벽을 만들어놓고 이곳에 갇혀서 살고 있는지? 어느 날 다시 용기가 생긴다면 힘찬 꼬리짓으로 저 높은 유리벽을 뛰어넘어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습니다. -
불꽃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짧고 강력하게, 한 번에 확 타올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기억하게 만들고, 또 나를 잊어버리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모아 멋진 성과를 내고, 그 뒤 조용히 살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지금 나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가늘고 길고 조용히 그리고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릴 때 가졌던 그 뜨거웠던 불꽃은 이제 작은 불똥이 되어 내 가슴속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다시 한번 내 가슴속 작은 불꽃에 불을 지펴 크게 한번 터트릴 날을 기대해 봅니다.